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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05. 2023

“덜 먹고, 운동하신 거죠?”


  어제 탁구 레슨을 받고 이어서 연습을 하다가 바닥 곳곳에 떨어진 탁구공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서 쉬시던 두 분이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시더군요.


  “살 빠지셨죠?”


  “티가 나나요? 다이어트 시작하고 3개월 만에 12 Kg 정도 뺐습니다.”


  “우와. 대단하시네요. 그나저나 어떻게 빼신 거예요?”


  그런데 제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말씀을 이어 나가시더군요.


  “덜 먹고, 운동하신 거죠?”


  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탁구공들이 숨어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달팽이 (출처 : Pixabay)


  보통 웬만한 일들의 답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살 빼는 방법, 성적 올리는 방법, 운동 잘하는 방법, 부부 관계가 좋아지게 하는 방법, 좋은 나라 만드는 법, 환경오염을 막는 방법 등등 얼핏 보면 사소한 일부터 일류를 살리기 위한 거창한 일까지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면 되는지 분명 알고 있습니다.


  공을 주워 들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두 분도 계속 앉아 계시지 말고 같이 공도 줍고, 이왕 탁구장까지 오셨으니 연습을 더 하시면 좋겠네요.^^’


  그렇게 한 번 고개를 든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게 마련이죠.


  ‘그러고 보니 질문이 잘못되었네. '살 빼는 방법은 저도 아는데 어떻게 실천을 하게 되었나요?' 이런 질문이 보다 명확한 질문 아니었을까?'


  사실 저에게는 동기가 있었습니다. 고혈압인데 약을 먹기 싫어서 체중 감량을 시작했고, 이왕 하는 김에 예전에 샀는데 이제는 맞지 않는 옷들을 다시 입어보겠다는 의욕 때문에 지금도 다이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들 아시는 뻔한 방법을 택했죠. 덜 먹고, 더 움직이기.


  공부를 하는 것에도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요즘 저희 집 아이를 책상에 앉아있게 만드는 것은 바로 자존심이더군요. 친구들은 이미 앞에서 달려가는데 본인만 뒤에 쳐져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요. 그게 건전한 동기는 아닐지언정 공부를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조금 멀리 가자면, 최근 몇몇 정치인들은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동기나 의지가 딱히 없어 보입니다.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책임감과 반성도 없고요. 모르긴 몰라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방법을 각고의 고민 끝에 공약으로 내세우고, 유세를 할 때마다 목청껏 외쳤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계획도 잘 세웁니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상상만으로는 땀이 흐르지 않고, 근육이 단단해지지 않는 것처럼 행하지 않는 답은 그저 해소되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삶에 스며들어 계속 남아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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