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오면
어디선가 노래가 흘러나오면 동시에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다.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KKJ의 집에 처음 놀러 갔는데, 그 친구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카세트테이프가 하나 눈에 띄었다. 가수 이름이 '동물원'이라고? 그런데 노래 제목은 동물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호기심에 들어봤더니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감성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이승철'의 '희야'
KJK가 짝사랑했던 상대의 이름에 '희'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노래방에 갈 때면 무조건 첫곡으로 선정된 노래. 둘은 끝끝내 이어지지 못했지만 지금은 각자 좋은 베필을 만나서 잘 살고 있다.
'임창정'의 '이미 나에게로'
반장이었던 KMS가 교탁에 나가서 담임 선생님의 전달사항을 말하고 있는데 누군가 외쳤다. "나간 김에 노래나 한 곡 해라!" 녀석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목을 가다듬고 가장 앞에 앉아있는 여학우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노래는 너한테 바친다." 다들 깜짝 놀랐지만, 노래가 시작되자 눈치 빠른 몇몇은 바로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고 웃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민아'였다. (참고로 저는 대학교(공대)를 제외하고 모두 남녀 공학을 나왔습니다.^^)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LWS(개명 전 LKS)는 노래방에서 항상 이 노래를 불렀다. 술의 양과 비례해서 목소리가 커지고, 뭔가 알 수 없는 울분 비슷한 것이 함께 쏟아져 나온다. 그 속내를 대충 짐작은 하지만 물어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같이 부르면 안 될 것 같아 '혼자' 완창 하도록 내버려 두는 유일한 곡이다.
'이선희'의 '인연'
여자가 부르기도 힘든 노래인데 엇비슷하게 소화하는 KHY. 녀석은 음정을 중요시하고, 나는 가사를 좋아라 하는데 이 곡은 정말 둘 다 완벽한 곡이다. 그래서 노래방에 가면 꼭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대부분 흔쾌히 마이크를 잡는데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살짝 있는 편이다.
'베이시스'의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이 글에서 언급하는 유일한(이민아 제외) 여성인 KSI은 소개팅으로 만났던 친구다. 짧은 기간 사귀었는데, 유난히 이 곡을 좋아했다. 막상 교제를 하고 나니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일까? 아무튼 같이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제법 많이 들었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뇌리에 남은 노래와 친구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나와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은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이라는 곡을 들을 때 나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