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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13. 2023

거, 햄버거 먹기 딱 좋은 날이네.

“어쩌지? 내일은 오빠 혼자서 점심, 저녁 먹어야겠네? 뭐라도 좀 해놓을까?”


  아내가 조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보더군요.


“아니야. 괜찮아. 알아서 먹을 게.”


“쫄쫄 굶으려는 거지? 다이어트도 적당히 해야지!”



  오늘 아내는 회식이 있고, 아이는 학원 수업 중간에 친구와 함께 간단히 사서 먹겠다고 하여 부득이하게 혼자 끼니를 해결하게 된 날입니다. 아내의 걱정(혹은 역정)과 달리 저에게는 나름 계획이 있었습니다. (김작가는 다 계획이 있구나?)


  사실 며칠 전 산책을 하다가 햄버거 가게를 지나갔었는데, 그날 이후로 햄버거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뻔히 아는 맛이고, 평소에 딱히 즐기지도 않는 음식이지만 왜 그리 꽂혔는지 틈만 나면 햄버거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런데 호락호락하지 않은 하늘이 저에게 시련을 줍니다. 아침부터 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더군요. 이런 날은 몇 걸음 걷지 않아도 바지나 신발이 젖을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지? 먹어? 말아?'


  고민을 하면서 손은 스마트폰으로 검색 중입니다. 


  '혹시 할인 행사라도 하려나?'


  그 순간 저는 속으로 외쳤죠!


  빠밤 빠밤 빠빠라바밤 (BGM :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바로 오늘이야!'


할인 행사 중 (출처 : 김재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빗속을 뚫고 햄버거 가게로 향하는데, 우산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좋습니다. 발목에 튀어 오르는 물방울도 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역시 시련은 극복하는 맛이지!'


  사람이 몰릴 시간을 피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주문한 햄버거가 나왔습니다. 받아 들고 나오려는데 다이어트 중인 저의 눈에 딱 들어온 ‘영양성분표’. (과연 살면서 이런 성분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영양성분표 (출처 : 김재호)


  399kcal x 2개= 약 800kcal


  '흥! 이 정도쯤은 오늘 저녁에 탁구 레슨 받고 몇 게임 치면 얼마든지 불사를 수 있으리라.'


  그렇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후딱 돌아와 선택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 것을 점심으로 먹고, 또 어느 것을 저녁으로 먹을까?'


  어차피 똑같은 종류의 햄버거이고 안이 보이지도 않지만 이리저리 유심히 살핍니다.

 

  '네가 아주 조금 더 따뜻하구나. 너부터 먹어주마.'


누구 먼저 먹어줄까? (출처 : 김재호)


  그렇게 비가 내리는 창문을 바라보며 독백을 합니다.     


“거, 햄버거 먹기 딱 좋은 날이네. 누구 햄버거 있으면 하나만 주라. 찔 때 찌더라도 햄버거 하나쯤은 괜찮잖아?”


  꿀맛 같은 햄버거가 입안에서 살살 녹습니다. 





(참고로 글에 등장한 햄버거 회사 측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있었으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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