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랜만에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입이 짧은 아이는 어른들의 대화에 끼기도 애매하고, 그냥 있자니 심심했는지 챙겨 온 책을 꺼내서 읽기 시작한다. 평소에는 본인 짐을 잘 챙기지 않는데, 이런 상황을 몇 차례 겪어 본 탓인가? 그것도 두 권씩이나 가져왔다고?
“어쩜 아빠 어릴 적 하고 그렇게 꼭 닮았니? 아빠도 책 엄청 많이 읽었는데.”
아이는 나와 닮았다는 말을 매우 싫어하지만, 할머니의 말씀이니 그냥 부드럽게 넘어가 준다. (이제 사회생활이 무엇이지 깨닫고 있는 듯하다.)
사실 나는 지금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얼마나 읽고 있는지 대충이라도 확인해 보고자 도서관 어플을 실행시켜 봤다.
지난 7년간 총 551권을 대출했단다. 간간히 아이의 책도 끼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양이다. 어림잡아 한 달에 여섯 권쯤 책을 읽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아이가 도서관에서 발급해 줬던 독서통장이 가득 찼다며, 신규 발급을 받아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래서 집에 들렀다가 소화도 시킬 겸 도서관을 향했다.
집에 남겨 놔야 하는 책이 다섯 권 그리고 반납해야 할 책이 열 권. 걸어서 가기로 했으니 힘겨운 여정이 되겠군.
매주 그랬던 것처럼 반납과 대출을 마무리하고 독서 통장 발급 요청을 했더니, 담당자께서 놀라신다.
“우와! 아이가 책을 진짜 많이 읽나 보네요. 이렇게 통장을 이어서 발급해 드리는 게 오랜만이라서요.”
아이는 나보다 두 배 정도 읽는다. 책 읽을 여유가 거의 없는 엄마의 카드로도 대출을 하니까 그 정도 될 것이다. (우리 집 카드는 세 장이고, 한 명당 다섯 권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게다가 학교 도서관에서도 못 보던 책이 보이면 또 빌려 오니까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 아닐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다 사줬다고 상상해 보면 아찔하다.
도서관아~ 정말 고맙다! 내가 뭐 해 줄 거는 없고, 빌린 책은 깨끗하게 읽고 돌려줄게.
다른 건 몰라도 책을 이렇게 스스로 읽어주니 참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모를 일이지만 한 번 생긴 습관은 쉽게 버리지 못하겠지.
‘네 통장에 돈이 불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다른 곳에서 차곡차곡 너를 위한 힘이 쌓이고 있으리라 아빠는 믿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