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감금

by 김재호

딱히 편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의자에 앉으라는 말에 고분고분 따른다. 잠시 숨을 돌릴 겨를도 없이 지긋이 목을 졸라 온다. 숨은 충분히 쉴 수 있지만 목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이 그리 달갑지 않다.


곧이어 각종 날카로운 기구들이 내 주변을 맴돈다. 불안함을 표현할 길이 없기에 그저 묵묵히 입을 다물거나 눈을 감고 애써 모른 척해본다.


담배 냄새. 그의 손에서 세월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얼마나 자주 담배를 피우는 것일까? 향수 냄새로 감추려 하지만 고스란히 고유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멀리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어린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가차 없는 사람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라는 듯 그는 반응하지 않는다.


눈치껏 고개를 돌리려 하자 바로 제재가 들어온다.


“움직이지 마세요.”


아마도 저 울고 있는 아이에게도 비슷한 협박이 가해지고 있으리라.


등 뒤로 돌아간 그가 가래가 낀 묵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고개 숙이세요.”


정중한 듯 단호한 말투에 나는 급히 고개를 숙인다. 괜히 버티다가 그의 손길을 느낄 바에는 그저 순순히 따르는 편이 좋다.


“일어나서 따라오세요.”


서서히 끝을 향해 다가가는 것일까? 쭐레쭐레 그를 따라 어둡고 으슥한 곳으로 향한다.


“누우세요.”


천장을 보고 누웠더니 얼굴에 얇은 천이 덮인다. 그리고 이어지는 물소리. 어느 영화였더라? 얼굴에 수건을 얹고 물을 부으며 고문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나도 모르게 몸이 경직되었는지 그가 힘을 빼라고 말한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아직 일어나면 안 됩니다.”


그가 거칠게 내 머리통을 다룬다. 저항할 의지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다.


“따라오세요.”


이번에도 벌떡 일어나 그의 뒤를 쫓는다.


의자에 다시 앉자 소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나를 휘감는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메아리처럼 공간을 울리는 중이다. 빨리 벗어나고 싶다.


“끝났습니다.”


목을 조여오던 천에서 벗어나자 알 수 없는 해방감에 미소가 지어진다. 거울 속 낯선 남자도 나를 보고 웃는다.


“어떠세요?”


“좋습니다.”



확연하게 짧아진 머리카락. 시원해 보인다.


두 달 만에 이발을 하고 미용실에서 탈출하자 강렬한 태양이 눈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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