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보급품과 월남쌈

by 김재호

어제 저녁.


4차 보급품(보급품이 뭐지? 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이 도착한 지 사흘이 되었지만 여전히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냉장고 속 야채들을 보며 방법을 강구하다가 아이가 그나마 잘 먹는 월남쌈 생각이 났습니다. 집에 라이스페이퍼도 있으니 재료 손질만 하면 되겠더군요.


사실 월남쌈을 만들 때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일일이 채를 써는 것입니다. 해보지 않으신 분들은 모르실 겁니다. 그게 얼마나 귀찮고 성가신 일인지. 그래서 저도 월남쌈이 먹고 싶을 때면 베트남 음식 전문점을 찾기 일쑤였죠.


그렇게 예전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겠지만 두어 달 전에 구입한 비장의 무기가 있으니 걱정 없습니다.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는 저의 ‘최애템’(최고로 사랑하는 아이템이라는 뜻을 가진 괴상한 단어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 딱 어울리기에 한 번 써 봅니다.)입니다.


월남쌈을 위한 비장의 무기 (출처 : 김재호)


“너는 껍질을 까거라. 나는 채를 썰어 주마.”


아내는 겉껍질을 담당하고 저는 쓱쓱 채소를 강판에 대고 문지릅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흐드러지게 핀 꽃들로 가득 찬 근사한 꽃밭이 되었습니다.


자! 먹어볼까나? (출처 : 김재호)


반투명한 보자기 위에 형형색색 꽃잎을 따다 잘 담아봅니다. 그리고 먹기 좋게 잘 감싸주면 끝이죠. 실수로 한두 녀석 빠트리거나 더 넣어도 괜찮습니다. 물론 조금 삐져나와도 문제없고요.


출처 : 김재호

뒤늦게 깨달았는데 고수가 빠졌습니다. 보급품 중에 없으니 구입을 해야 하는데 무더운 날씨에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아쉬운 대로 먹으려다 생각난 바로 그 녀석. 요즘은 사춘기가 끝났는지 가출을 감행하지 않는 바질의 잎사귀를 뜯어냈습니다. (가출하는 바질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 참고하세요~)


너무 많이 뜯어먹었나? (출처 : 김재호)


시원한 선풍기 앞에서 막걸리를 한잔 쭉 들이켜고, 향긋한 쌈을 입 안 가득 넣으니 소소한 즐거움이 몸과 마음을 채웁니다.


선선한 집

신선한 야채

삼삼한 쌈

나른한 심신

내가 바로 심심(深深)한

신선이로다.



그나저나 주말에 도착할 5차 보급품은 또 어찌 해결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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