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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n 16. 2023

2023년 첫 보급품 도착


  어제저녁 아파트 주민들과 열심히 땀을 흘리며 탁구를 치는 와중에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었는데 너무 열중한 탓인지 소리를 듣지 못해서 부재중 전화로 남았다. 알아차렸을 때는 벌써 밤 10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기에 다음날 아침에 연락을 드리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통화 내용은 매우 간략했다.


  올해 보급 시작.


  부모님 댁과 우리 집은 차로 10분 거리 정도 떨어져 있다. 그리고 아버지는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경제 활동을 하고 계시며, 제법 넓은 텃밭도 일구고 계신다.


  첫해(6년 전쯤으로 기억한다.)에는 텃밭에서 생산되는 것들이 단출했다. 상추와 고추 그리고 무 정도였으나 해가 거듭되어 갈수록 품종이 늘어갔다.


  “할아버지 저 토마토 먹고 싶어요.”


  “아빠, 나 땅콩 좋아하는데 국산은 너무 비싸.”


  “아버님. 김장철이 되면 배추 값이 들쑥날쑥하더라고요.”


  지나가는 말로 건넸던 말들이 아버지를 부추겼나 보다. 작년에 받은 보급품의 종류는 대충 이렇다.


  상추, 가지, 오이, 토마토, 고추, 땅콩, 무, 배추, 호박, 고구마, 부추, 대파, 마늘, 쪽파, 늙은 호박, 고춧잎, 호박잎, 무청


  수확량이 많다 보니 이제는 가족끼리 먹기 버거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온 가족이 나서서 '대민 지원'을 나가야 한다.


대민 지원 중인 딸과 조카 (출처 : 김재호)


  문제는 아버지(어쩔 수 없이 돕고 계신 어머니도 포함)의 건강이다. 여름철이면 물을 대느라 피부가 검게 그을리고, 허리와 무릎 통증은 심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와 동생이 그냥 사서 먹을 테니 그만 두시라고 해도 멈추지를 못하신다. 여차하면 고향으로 가셔서 물려받으신 땅에다가 본격적으로 농사를 지으실 생각까지 하시는 듯하다.


  통화를 할 때 주말에 뵈러 가겠다고 했는데, 하루라도 싱싱할 때 먹으라고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서 보급품을 던져주고 가셨다. 야채가 이렇게 풍족하니 건강은 물론이고 가계에도 큰 도움이 된다. 조만간 시원한 티셔츠를 몇 벌 사서 찾아뵈야겠다.


2023년 첫 보급품 (출처 :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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