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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Apr 07. 2024

일주일에 한 편씩 쓰는 소설

나는 평범한 중산층이다. 서울 외곽에 30평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산 중형 SUV를 타고 다닌다. 가끔 수입차가 부럽긴 하지만 그건 형편에 조금 과분하기에 이미 마음을 접었다. 일 년에 정도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일주일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달에 정도 초밥 오마카세나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한다.


혹자는 내가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축에 속한다고 하겠지만 그건 보기 나름이다. 미국이나 호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아이의 희망을 들어주기엔 지금 형편이 녹록지 않다. 딸아이 혼자 보내자니 걱정거리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고, 아내와 함께 보내자니 부담이 너무 크다. 대신 유명한 영어 전문 학원에 보내주고는 있지만 가끔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봄, 가을이면 친목회 사람들과 근교로 골프 라운딩을 가기도 하고, 부부 동반 등산 모임에도 참석하지만 사실 인간적인 유대감은 부족한 편이다. 오히려 예전 친구들과 소주잔을 기울이고 노래방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어느새 입맛은 위스키와 코냑에 길들여졌다. 이런 돈이라도 아껴서 아이의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해야 하나 싶다가도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자니 그 또한 내키지 않는다. 나도 좀 누려보자.


연말이면 약속했던 기부 행사에도 얼굴을 반드시 비춘다. 혼자 한 약속이지만 함부로 깨서는 안 된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한 일종의 조건일 지도 모른다. 괜히 절대자의 눈밖에 나는 짓을 할 필요는 없다. 비록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내가 얻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또한 그간 누려보지 못한 사회적인 평판이나 시선이 나를 조금 더 좋은 사람이라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


이렇게 안정적인 삶을 누리다 보면 간혹 유혹의 손길이 스멀스멀 내 손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다짐을 해도 마치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이른 봄의 새싹처럼 어느 틈에 솟아나 콧바람도 슬슬 집어넣는다. 그게 도박일 수도 있고, 불륜일 수도 있고, 마약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는 잘 버티고 있다.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란 것을 나는 확실하게 경험했기에 매사에 조심 또 조심하고 있다.


회사 생활에도 활력이 넘친다.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딱히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다. 잠깐 '네네.' 하며

비위를 맞춰주면 그걸로 끝이다. 든든한 뒷배가 있기에 조금 흔들려도 끄떡없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나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하고, 무료함을 달래주기도 한다. 게다가 공돈 같은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니 그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한 달 용돈치고는 적지 않지만 나름 요긴하게 쓰는 중이다.


간혹 이게 꿈은 아닐까 하며 아무도 모르게 허벅지를 꼬집어 보지만 그 따가움이 싫기는커녕 반갑고 즐겁기만 하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대여섯 번씩이나 허벅지를 괴롭히며 아무도 몰래 실실 웃곤 한다. 한 번은 아내에게 들켰는데 본인 역시도 그런다면서 공감의 미소를 던졌다.


그러고 보니 아내와의 관계도 많이 개선되었다. 집에서 인스턴트 음식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필라테스와 테니스, 수영 등으로 바쁜 와중에도 가족의 식사만큼은 아내가 성심성의껏 챙겨준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티격태격하며 싸우던 시간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이 역시도 아빠의 전폭적인 지원에 나름 고마워하는 눈치다. 비록 눈높이가 많이 올라갔지만 그래도 부족함 없이 자라고 있음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으리라.


부모님께도 정기적인 용돈을 두둑하게 드리고 있다. 아들 노릇을 이제야 티 나게 하는 중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중에 역시 현금이 최고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술이 조금 오르면 오히려 부모님께서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씀까지 하신다. 내가 어릴 때 워낙 없이 사는 바람에 신경을 많이 못 써주셨다면서.




이렇게 이번 주 소설을 끝마친다. 오늘도 이 소설이 현실이 되길 빌며 로또 복권을 오천 원 치 샀다. 그나저나 벌써 100편이 넘는 소설이 수북하게 쌓이고 있다. 


언제쯤 나는 탈고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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