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얼음

by 김재호

달아날 수 없는 반복의 울타리

거스르지 못할 냉혹한 입맞춤은

가슴 깊이 별자리를 만들고

아무도 모르게 각자의 전설을 나눠 갖는다.


열과 횡, 순서와 행운 그리고 망각

그 속에 비밀스레 조각된 신의 뜻.

우리는 그게 전부일 거라 믿었다.


오롯이 마주한 세상은

기억보다 따뜻하고 건조하다.

굴절된 시선은 매끈한 표면을 타고

각자의 차원으로 색색이 흩어진다.


속내 보이지 않으려 흘린 눈물은

가벼운 열병 이겨내지 못한 식은땀으로 마르고

투명하고자 했던 소박한 꿈은

그림자의 자리에 희미한 발자국을 남긴다.


고작 그것이 끝일 거라 믿고 싶지 않은 각 얼음.

작아져가는 몸뚱이 이리저리 비비며

조금씩 조금씩 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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