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by 김재호

고운 모래 위 살짝 내민 동그란 입술이

낮고 긴 휘파람을 분다.

아이는 걸음을 멈추고 귀를 세워 방향을 잡는다.


여린 손끝에 이끌려 몸을 드러낸 유리병

모래를 털어내고 까만 비닐에 담는다.


병 하나 뽑힌 자리

움푹 파인 그곳에 노래 한곡 내려놓으면

뽀얀 파도 박자를 맞추며 구멍을 메운다.


엄마는 분명 예쁜 물고기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따라 백사장 위로 긴 그림자가 남는다.


크기도 색깔도 모양도 제각각인 병들이

집 마당을 차지하고 있다.

높았던 산 한쪽이 대문을 향해 휑하다.


하나 둘 그리고 셋넷

별이 뜰 때까지 아이는 쪼그려 앉아 기다린다.


담 넘어 노랫소리 뒤따라

찰랑찰랑 초록색 병과 입을 맞추며

아버지가 돌아온다.


짭짤한 과자 한 봉지 얻어 들고 아이가 히죽 웃는다.

한 줄기 바람을 타고 밤하늘에 긴 별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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