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색 바랜 아버지의 가방
그 속엔 무지개가 자라고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가뭄에도
별빛마저 사그라진 깊은 밤에도.
홀로 돌아온 아버지의 가방
그 속엔 바람이 잠자고 있었다.
무더위에 녹아 땀 흘리던 때도
추위에 손을 녹일 입김이 필요할 때도.
불타고 있는 아버지의 가방
그 속엔 용서의 말들이 담겨있었다.
오해와 미움으로 술잔을 채우던 날에도
등 돌리고 떠나던 날에도.
내 가방은 아직 작다.
수첩 하나 볼펜 하나 담배 한 갑으로
가득 차 버려 빈자리가 없다.
마지막 담배 한 개비 태워버리고
그 자리에 아버지를 차곡차곡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