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보이지 않는 적을 본 눈, 마이클 오스터홀름

by 홍종원
마이클 오스터홀름.png


2005년, 워싱턴 D.C. 청문회장.


벽시계 초침이 작게 울렸다.
의원들의 시선은 테러와 국방 예산안에 꽂혀 있었다.
모두가 “총”과 “폭탄”을 말하고 있었다.


그때, 증인석에서 한 남자가 일어섰다.
마이클 오스터홀름. 전염병 전문가.
그는 서류철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적은 총이 아닙니다. 바이러스입니다.”


순간, 장내가 고요해졌다.
몇몇 의원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프리카에서 간헐적으로 터지는 전염병. 잠시 뉴스에 나오다 사라지는 사건.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경고는 과장처럼 들렸다.


그러나 오스터홀름은 멈추지 않았다.


“비행기 한 대가 바이러스를 싣고 들어옵니다.
하루 만에 대륙을 건너 뉴욕 지하철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날, 우리는 세계 경제가 멈추는 것을 보게 될 겁니다.”


웃음이 사라졌다.
회의장의 공기가 차갑게 식어갔다.




오스터홀름은 단순한 ‘비관론자’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사스와 에볼라의 흔적을 추적하며, 세계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보고 있었다.


세계화는 풍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바이러스에게도 길을 열어주었다.
공항, 항만, 글로벌 공급망.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병원체가 이동하는 고속도로가 되어 있었다.


대부분은 여전히 안심했다.
“전염병은 특정 지역의 문제다.”
“선진국의 의료 체계는 충분히 강하다.”
그런 믿음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그의 경고는 불편한 소리였다.


그러나 그는 반복해서 말했다.
“병원체는 국경을 모릅니다. 전염병은 어디서든 시작될 수 있고, 곧바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됩니다.”


그는 책상 앞에서 글만 쓴 사람이 아니었다.
정부에 팬데믹 대비 전략을 촉구했다.
마스크와 보호 장비의 비축, 백신 연구 투자, 병상 확충 같은 준비를 요구했다.


국제 사회에는 글로벌 감시망 구축을 호소했다.
“우리가 보고 있지 않다면, 바이러스는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을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종종 무시되었고, 때로는 과장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대중에게 직접 말했다.
그의 저서 《Deadliest Enemy》에는 이런 문장이 남아 있다.


“전염병은 사건이 아닙니다. 구조입니다.
반복되고, 심화되며, 결국 사회의 근본을 흔듭니다.”


세월은 흘렀고, 그의 경고는 잊혔다.
사람들은 여전히 눈앞의 전쟁, 눈앞의 경제에 몰두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세계는 그를 다시 불렀다.


대통령 자문위원회에 들어간 첫날.
그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이건 단순한 독감이 아닙니다. 사회 전체를 준비시켜야 합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깨달았다.
그의 말은 공포를 부풀린 것이 아니었다.
이미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던 균열을 정확히 짚은 것이었다.


그는 예언자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이들이 외면한 균열을 끝내 놓치지 않고 바라본 사람이었다.


통찰이란 결과가 아니라, 근거에서 비롯된다.
그가 본 구조와 그가 붙잡은 질문. 바로 거기에 통찰의 힘이 있었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오늘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균열은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그 균열을 끝까지 바라볼 눈을, 우리는 갖고 있는가.


이전 03화3. 육지만 본 세상, 바다를 본 이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