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데이터의 감옥을 본 눈, 유발 하라리

by 홍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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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다보스 포럼의 무대.
전 세계 정치인과 기업가들이 모여 화려한 연설을 이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주가를 말했고, 또 누군가는 4차 산업혁명을 외쳤다.
청중의 얼굴에는 기대와 들뜸이 가득했다.


그때, 무대에 선 한 역사가가 있었다.
유발 하라리.
그는 화려한 장식도, 현란한 말투도 없었다.
담담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은 전쟁이나 기근이 아닙니다.
그것은 데이터 독재(Data Dictatorship)입니다.”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데이터라니?


많은 이들에게 데이터는 그저 스마트폰 속 편리한 기능,
기업이 활용하는 마케팅 도구일 뿐이었다.
누군가는 속으로 웃었을지도 모른다.


“전쟁과 기아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 데이터라니 너무 추상적이지 않은가?”


그러나 하라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말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소수의 기업과 정부가 인류 전체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건강, 소비 습관, 정치적 성향, 심지어 감정까지 안다면, 자유는 어떻게 될까요?
인간은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설계한 선택을 따르는 존재로 바뀔 수 있습니다.”


웃음이 사라졌다.
회의장의 공기가 차갑게 식어갔다.




하라리가 본 것은 단순한 기술 발전이 아니었다.
그는 구조를 보았다.


산업혁명은 증기를, 20세기는 전기를, 21세기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굴러간다.
이전까지 권력은 땅과 자본 위에 서 있었지만, 이제 권력의 토대는 데이터였다.
누가 데이터를 독점하느냐에 따라, 누가 인간의 삶과 선택을 지배할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그는 경고했다.
“우리는 지금 자유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의 클릭과 선택은 이미 권력을 넘겨주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독재는 총칼로가 아니라, 편리함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의 말은 당시 불편하게 들렸다.
데이터 독재는 아직 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소셜미디어에서 웃고 떠들었고, 온라인 쇼핑을 즐겼다.
“편리한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 그의 경고는 서서히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거대 IT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장악했고, 각국 정부는 감시 시스템을 강화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QR코드와 위치 추적은 일상이 되었다.
편리함과 안전의 이름으로, 개인의 자유는 눈에 보이지 않게 축소되었다.


하라리는 경고만 던진 것이 아니었다.
그는 행동했다.


다보스 포럼과 유엔 회의, TED 무대에서 거듭 목소리를 냈다.
그의 책 『호모 데우스』에서는 이렇게 적었다.


“미래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땅이나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가 될 것이다.
데이터를 장악한 자가 인류를 장악할 것이다.”


또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는 한층 더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자유의 신화는 붕괴할 수 있다.
인간이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는 순간에도, 알고리즘은 당신보다 먼저 당신의 욕망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단순히 학계에 머물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와 기업가들 앞에서 직접 경고를 던졌고, 대중과의 대화 속에서 위기의식을 공유했다.
책, 칼럼, 강연을 통해 데이터 권력을 민주주의의 논의 장으로 끌어낸 것이야말로 그의 실질적인 행위였다.


하라리의 통찰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자유를 말하고, 스스로 선택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 믿음의 기반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다보스에서 이렇게 마무리했다.
“질문은 단순합니다.
데이터가 우리를 통제하기 전에, 우리가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는가?”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데이터 독재는 이미 가능해졌지만, 아직 결정된 미래는 아니다.
우리가 통찰을 받아들여 대비한다면, 그 위기를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외면한다면, 언젠가 자유는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이 글이 실행된 현실이 되지 않았기에, 단지 의견이라 치부하겠는가? 그러나 바로 지금이, 준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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