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뉴욕 유엔 본부 총회장.
대형 스크린에는 기후 자료가 차례로 나타났다.
남극 빙하가 무너지고, 태평양 섬들이 잠식되고, 아프리카의 사막이 넓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대표들의 눈길은 여전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쏠려 있었다.
어느 나라는 무역을, 또 다른 나라는 군비를 이야기했다.
기후 위기는 늘 의제의 끝자락으로 밀려났다.
그때 연단에 선 한 경제학자가 있었다.
제프리 삭스.
그는 경제가 아니라, 생존을 말했다.
“인류의 가장 큰 위협은 전쟁이 아닙니다.
바로 기후 붕괴입니다.”
순간 장내의 웅성거림이 멎었다.
몇몇 대표는 눈살을 찌푸렸다.
기후 문제는 환경 운동가의 주제일 뿐, 국제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릴 사안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삭스는 단호하게 이어갔다.
“만약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21세기의 전쟁은 군대가 아니라 기후가 일으킬 것입니다.
수억의 기후 난민, 무너지는 식량 체계, 붕괴하는 경제.
그것이 다가올 미래입니다.”
그가 본 것은 이상론이 아니었다.
그는 구조를 읽었다.
경제와 환경은 결코 분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20세기는 자본과 산업이 국가의 힘을 결정했다.
그러나 21세기는 탄소 배출과 생태계의 회복력이 국가의 존망을 가른다.
온실가스는 국경을 모르고, 한 나라의 무책임은 지구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다.
그래서 삭스는 경고했다.
“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 정치의 구조적 위기이며,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에서 흔드는 사건입니다.”
그는 말만 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부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설계자로 뛰어들었다.
빈곤, 기후, 에너지, 교육을 아우르는 목표를 세우고, 각국 정부가 이를 지표로 삼도록 설득했다.
그는 유엔 회의와 기후 정상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탄소 배출 제로 사회로 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을 떠넘기게 될 것입니다.”
그의 책 『The Age of Sustainable Development』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일은 도덕적 명령이자 동시에 경제적 필연입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래 세대의 삶을 빼앗는 것입니다.”
또 2015년 UN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못 박았다.
“기후 변화는 단순한 환경적 위협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경제적·사회적 도전입니다.”
그의 통찰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지구는 여전히 돌아가고, 사람들은 여전히 오늘의 편리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후 재난의 징후는 일상이 되었다.
가뭄과 폭우, 산불과 해수면 상승.
뉴스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흔드는 배경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말은 점점 더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가 기후를 지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을 늦춘다면, 기후가 결국 우리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World Economic Forum, 2020)
오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순하다.
아직 지구가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고 해서, 위기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통찰을 받아들이면 회피할 수 있지만, 외면한다면 붕괴는 불가피하다.
“현실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단지 의견이라 부를 것인가?
우리가 외면한다면, 언젠가 지구가 먼저 우리를 외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