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본능은 어떻게 유전되는가

by 홍종원

이번 글에서는 본능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행동 패턴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는 단순한 학습의 결과가 아닌, 유전자에 각인된 생존 전략의 일부다. 새끼 거북이의 바다를 향한 발걸음, 거미의 그물 짓기, 철새의 이동 경로처럼 경험 없이도 나타나는 행동들이 바로 그것이다. 생명은 세상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이미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본능은 단순히 "이렇게 행동하라"는 유전자의 명령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는 뇌와 신경계의 ‘구조’를 설계할 뿐, 행동 그 자체를 저장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유전자는 어떤 뉴런을 만들지, 어떤 방식으로 연결할지를 지시한다. 그렇게 형성된 신경 회로가 외부 자극에 자동 반응하며 본능이 발현된다. 본능은 유전자에 '코딩된 지시'가 아니라, 뇌 구조를 통해 저절로 드러나는 반응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태어나자마자 포식자의 냄새에 경계 반응을 보이고, 갓 부화한 거위는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인식한다. 이런 행동은 가르침이나 기억이 아니라, 진화가 설계한 신경회로의 결과다. 그 신경회로는 조상 세대의 생존 경험이 반복되며 선택된 행동 패턴이 뇌와 몸속에 구조적으로 새겨진 것이고, 그것이 유전되어 지금의 개체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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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본능은 진화의 결과물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된 생존 행동 중 특히 효과적인 것이 선택되었고, 그러한 행동을 유도하는 신경 구조 자체가 후손에게 전달된다. 본능은 일종의 ‘생존의 기억’이며, 그 기억은 말이 아니라 조직 구조로 전해진다. 그래서 본능은 학습이 아니라 진화된 반사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본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 위에 언어, 이성, 사회적 규범을 덧붙이며 후천적인 판단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본능은 여전히 삶의 밑바닥에서 작동한다. 울고 싶을 때 울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울고 싶은 충동이 있어야 한다. 그 충동은 대부분 본능에서 출발한다. 이성은 본능을 통제하거나 수정할 수 있지만, 그 존재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결국 본능은 유전자를 통해 몸에 새겨진 원시적 설계이자 가장 오래된 반응 회로다. 뇌간과 시상하부처럼 생존을 관장하는 부위는 대뇌보다 먼저 발달하며, 자동 반응을 이끈다. 생명은 경험이 아닌 구조로 시작되고, 구조는 반응을 만든다.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반응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능은 질문하지 않는다. 다만, 반응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 반응을 성찰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했다. 질문하는 존재가 되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반응하는 존재였다. 그 반응의 언어가 본능이고, 그 본능을 해석하려는 시도가 바로 인간 의식의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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