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2일 오전 9시 45분, 서울 청와대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
벽면의 대형 모니터들이 일제히 붉게 점멸했다.
<백두산 마그마 압력 상승 – 경계 단계 3단계>
<분화 추정까지 남은 시간: 불명>
<미국, 중국, 러시아 위성 동시 포착>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회의장은 과학적 분석의 장을 넘어, 국가의 생존 전략이 결정되는 정치적 전장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서지훈 국가안보실장이 화면 앞으로 다가섰다. 손에는 문서 한 장 없었지만, 목소리는 낮고 명확했다.
“백두산은 지금, 통제 가능한 지질학적 범주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는 모니터를 응시한 채, 한 박자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분화는 가능성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입니다.”
회의장 안에 앉아 있던 이들은 침묵 속에서 그 문장의 의미를 받아들였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였고, 누군가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모든 시선은 곧 다음 화면으로 향했다.
서지훈이 리모컨을 눌렀다.
<북한 평양 핵시설, 내부 통신 70% 두절>
<국경 근처 주민 이동 증가>
<중국군, 랴오닝성 긴급 증강 배치>
“지금부터 우리에게 더 큰 변수는 자연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백두산의 분화는 북한의 통제력 약화를 촉발하고, 이는 주변국의 전략적 개입을 불러올 것입니다. 지금 준비하는 자가 주도권을 갖게 됩니다.”
그 순간, 회의장의 공기는 또 한 번 무거워졌다. 이제는 과학의 시간이 아니라, 정치와 군사의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오전 10시, 전국에 대통령 긴급 담화 생중계
청와대.
윤현우 대통령이 천천히 연단에 올랐다. 태극기와 유엔기가 나란히 서 있었고, 손에는 어떤 자료도 들려 있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국가의 방향을 고정하는 중심축처럼 단단했다.
“국민 여러분.”
잠시의 정적 뒤, 그의 시선은 카메라를 향해 고정되었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중대한 시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백두산은 현재 분화를 준비 중이며, 이는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국가 전체의 대응과 단결이 요구되는 위기입니다.”
그는 정부의 비상 체제 가동을 선언하며 국민에게 침착한 행동을 요청했다.
“우리 앞에 놓인 상황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위기를 넘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있으며, 그 어떤 위협도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습니다.”
카메라가 천천히 줌아웃되었다. 대통령의 목소리는 마지막 문장에서 더욱 단단해졌다.
“우리는 이 위기를, 함께 이겨낼 것입니다.”
전국의 거리와 가정 곳곳에서 짧은 침묵이 흘렀다. 누군가는 눈을 감았고, 누군가는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 놀라움과 두려움 사이에서, 한 가지 감정이 서서히 사람들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정부가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아직 이 땅의 질서가 살아 있다는, 마지막 희망의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