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밥을 먹는다, 오늘도
요거트를 삼키던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은 피로했지만, 마음은 묘하게 깨어 있었다.
‘이제 나는 다시 살아야 한다.’
그 단순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천천히 울렸다.
살아 있다는 건 생각보다 무거운 일이었다.
예전에는 숨 쉬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제는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선택처럼 느껴졌다.
한 숟가락을 들 때마다, 나는 내 안의 두려움과 망설임을 함께 삼켰다.
그건 단지 음식을 삼키는 일이 아니라, 다시 세상으로 걸어 나가기 위한 연습이었다.
며칠 뒤, 치료사와 함께 치료실 안을 걸었다.
창밖의 햇빛이 눈부셨다.
유리창 너머로 스쳐가는 바람, 멀리 들리는 차 소리, 사람들의 대화 —
모든 게 낯설고 반가웠다.
그동안 유리창 너머에서만 바라보던 ‘살아 있는 세상’이
이제는 조금씩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몸이 나아질수록 마음은 조심스러워졌다.
누군가 “이제 괜찮으시죠?”라고 물으면
나는 웃으며 “네, 이제 괜찮아요.”라고 대답했지만
그 말 끝에는 언제나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
괜찮지 않은 나를 감추는 일도, 그저 살아보려는 노력의 일부였다.
어느 날 점심 식판 위에 따뜻한 된장국이 올려져 있었다.
김이 피어오르는 그릇을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그래, 괜찮지 않아도 밥은 먹을 수 있잖아.’
그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날 이후 나는 식사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음식을 씹고 삼키는 리듬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 있는 자의 호흡을 배워갔다.
살아간다는 건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저 한 숟갈, 한 숟갈의 온기를 느끼는 일이라는 걸,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