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이유를 굳이 설명하자면 잘 모르겠다.
그냥 TV에서 동물이 나오면 끝까지 보게 되고,
길에서 마주치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되는 정도였다.
그 마음이 특별하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따라다니는 습관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동물에 대한 생각도 주로 글로 남겨왔다.
그게 익숙했고, 나에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글보다 그림이 먼저 떠오른다.
따라그릴 수 있는 동물그림들이 소개되어 있는 책을 찾았고,
그 책을 통해 동물그림을 배우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어떤 동물의 모양이나 눈빛을 보면
말로 옮기기 전에 손이 먼저 움직이고 싶어진다.
아직은 서투르고, 그럴싸한 그림은 거의 없다.
동생은 지나가다 내 그림을 보고는
“와 오빠 되게 못그린다.”라고 내뱉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한 장을 천천히 그리다 보면
그 동물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더 선명해진다.
글로는 대충 지나가던 부분들이
그림에서는 하나하나 멈춰서 보인다.
이 책은 그런 기록을 모아보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첫 장 이후에는 동물 그림을 한 장씩 올릴 거고,
그 옆에는 간단한 글을 붙이려 한다.
시일 수도 있고, 짧은 추억일 수도 있고,
그 동물을 보며 떠오른 생각 한두 줄일 수도 있다.
거창한 계획은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오래 들여다보고 싶어서 시작하는 일이다.
내가 왜 그림을 그리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가까이 두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