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동가리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꽤나 큰 수족관이 있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내가 양팔을 벌려야 양 끝에 간신히닿을 정도니 꽤 컸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는 관리를 위해 수시로 물청소를 하는 등 꽤나 유지에 손이 많이 갔던 듯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을 신경쓰기엔 너무도 어렸고, 대신 그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물고기들의 유영을 감상하곤 했다.
가끔은 물속이 나만의 작은 세계처럼 느껴졌다.
방 한켠을 가만히 비추던 희미한 형광등 아래에서, 노란빛 비늘이 반짝이고, 둥근 지느러미가 물살에 흔들릴 때면, 그 느릿한 리듬에 나도 같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온함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이건 조금 특별하다’고 느꼈을 정도로.
지금도 문득 무언가를 그리고 싶어질 때면, 자연스럽게 그 작은 물고기의 얼굴이 떠오른다. 기억은 흐릿한데 색과 움직임만은 또렷하다.
그래서 오늘도 그 시절의 물빛을 더듬듯, 노란 연필을 꺼내 반짝이는 비늘을 따라 그려보았다.
그때 느꼈던 비늘비늘의 느낌을 다 담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늘은, 그림이 닿지 못한 나머지를 이렇게 글로 적어 본다.
가끔 그 작은 물고기를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은근히 데워진다.
어린 나는 물속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잊었고,
지금의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 숨을 고른다.
연필 끝으로 그 시절의 빛을 따라 그리면,
내 안에 오래 묻어 있던 온기가 살짝 일어난다.
아마도 그때의 나는 아직도,
조용히 내 곁에 머물러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