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

사슴벌레

by Everett Glenn Shin

초등학교 때, 가평의 산속 어딘가에 자리한 작은 천문대에서 ‘별자리 캠프’를 다녀온 적이 있다. 이름 그대로 밤이면 천문대 앞마당에 은은한 조명을 켜두고 여러 대의 천체망원경을 설치해, 돌아가며 별과 행성을 들여다보는 캠프였다.
하지만 깊은 산속에서 켜 둔 그 조명은 별만큼이나 다양한 벌레들을 불러모았고, 방학이라 심심하던 나에게 그건 그저 반갑고 풍성한 채집거리였다. 사슴벌레, 귀뚜라미, 이름 모를 곤충들까지 손을 뻗기만 하면 잡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손가락 마디만 한, 까만 콩처럼 생긴 정체불명의 벌레가 유난히 많았다. 이름을 몰라 방학 숙제로 곤충 표본을 만들 때 그 녀석들만큼은 종명 칸이 텅 빈 채 제출했었다.
그게 사슴벌레 암컷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훨씬 뒤, 성인이 되어 우연히 찾은 동물원의 곤충관에서였다.

동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사실 그저 시간을 때울 겸, 좋아하는 걸 그려보자는 가벼운 마음에서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사슴벌레를 그린 게 아니라
그 여름밤의 나를 다시 종이에 불러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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