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앞에서 꺼내 든 나의 영어

익숙함과 두려움 사이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기

by 한정희


며칠 전, 한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어 교사가 병가로 자리를 비운 3일 동안 수업을 맡아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곧장 학교로 향했다.

마치 옷장 깊숙이 넣어두었던 ‘나의 영어’가 옷을 다시 입고 나온 것처럼, 수업은 오랜만에 활기찼고 나도 무척 신났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수업을 계기로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일주일간 영어 수업을 부탁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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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째, 무기력과 회피의 그림자


처음 사흘은 괜찮았다.

그러나 4일째 되는 날, 목이 쉬고 몸이 무거워졌다.

어딘가로 숨고 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우울감이 밀려왔다.


나는 안다.

이런 감정은 낯설지 않다.

늘 새로운 환경 앞에서, 이륙 직전 비행기처럼 에너지를 급격히 소모하게 될 때마다 찾아오는 신호다.

그리고 그 신호는 내게 말한다.


> “지금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변화를 원하지 않아.”




그건 마치 만유인력처럼 집요한 끌어당김이다.

기존의 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려는 무의식, 그 힘과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 동굴로 숨고 싶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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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마음이 창조의 공간이 된다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

이 말이 가장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하지만 삶은 늘 나를 밀어낸다.

keep going.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그날 새벽, 나는 갑자기 눈이 떠졌다.

이유는 몰랐다. 다만 글이 쓰고 싶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속 짐을 내려놓고 싶은 강한 충동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고민도 주저함도 없이 손끝에서 문장이 흘러나왔다.


그건 아마도 내면의 외침이었을 것이다.

“변화가 필요해. 나를 위한 공간이 필요해.”


창조는 정리된 공간에서 시작된다.

내면을 정리하고, 마음의 자리를 비우고, 비워진 그 자리에 쉼을 들이는 것.

그 과정이 바로 글쓰기였다.

글을 쓰면서 나는 나를 이해했고, 불필요한 감정을 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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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덜고, 가볍게 시작하기


나는 이제 신나는 새 출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익숙함에 머물기보다, 경험을 통해 나를 확장하기로 했다.

짐은 내려놓고, 발걸음은 가볍게.


그리고 조용히 내 마음에 울리는 주님의 음성을 떠올린다.


>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28)




나의 마음도, 나의 걸음도

keep going.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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