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경영학
>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않는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얼굴을 거울 속으로 들여다보기만 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야고보서 1:23)
저는 이 말씀을 붙잡고 오랫동안 씨름했습니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앎이 삶 속에서 실천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너무도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돌이켜보니 거의 30년이 흘렀습니다. 성경의 진리를 머리로 알면서도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려 할 때, 불안감과 답답함이 늘 따라왔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통장 잔고가 0원일 때도 많았고, 자녀들에게 “왜 다른 부모처럼 경제 관리를 잘하지 못하느냐”는 무언의 시선을 받을 때마다 자책이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그 길을 남편과 함께 걸어오면서 배운 것도 있습니다. 우리는 화려한 요트를 탄 적은 없지만, 작은 돛단배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와 바람의 힐링을 경험했습니다. 그 30년의 씨름 끝에, 지금 제 안에는 상황과 상관없이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속사람이 자라 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발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변화는 스위치가 아니라 발효라는 것을요.
머리로는 이미 알지만, 몸과 마음이 받아들이기까지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제 안에 일어난 자유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랜 씨름과 기다림 끝에 서서히 스며든 열매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돌아보면, 이 필연적인 간극을 너무 가볍게 건너뛰려는 문화가 많습니다.
즉석 변화라는 환상
우리는 뭐든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3주 만에 습관 바꾸기”, “30일 프로젝트로 새로운 나 만들기” 같은 말이 넘쳐나지요.
하지만 진짜 변화는 즉석 라면처럼 금세 완성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된장이 천천히 익어가듯, 시간과 발효가 필요합니다. 서두른다고 더 깊은 맛이 나지 않는 것처럼, 사람의 변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지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지만 있으면 된다”는 말도 자주 듣습니다.
물론 의지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의지 하나로는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때 우리를 지켜주는 건 주변의 환경, 함께하는 사람들, 기다려주는 공동체입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변화는 혼자의 결심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힘에서 나옵니다.
씨름의 시간, 그 자체가 선물
말씀을 알았는데도 행동이 잘 따라오지 않는 시간, 그 답답한 씨름은 결코 게으름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내 안에서의 발효 과정이었습니다.
머리로는 “맞다” 했지만, 마음과 몸은 여전히 예전 방식에 머물러 있었지요. 그 충돌과 갈등을 피하지 않고 버티는 동안, 조금씩 새로운 균형이 생겨났습니다. 근육이 자라려면 찢어짐과 회복이 필요한 것처럼, 신앙의 성장은 저항과 회복을 거쳐야만 가능했습니다.
기다려주는 힘, 인내자본
여기서 제가 배운 건, 누군가의 기다림이 꼭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그것을 ‘인내자본’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교회에서는 공동체가, 조직에서는 리더가 이런 자본을 나눠줍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기다려주는 그 힘이 없었다면, 저 역시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다림은 결코 공짜가 아닙니다. 시간과 정성, 때로는 눈물까지 함께 흘려야 가능한 투자입니다.
리더십은 기다림의 분별력
모든 사람을 똑같이 기다려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리더에게는 ‘누구를 기다려야 하는가’를 분별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있는 사람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도움을 받아들이고 관계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
이런 이들을 기다려줄 때, 그 기다림은 헛되지 않습니다.
결론: 변화는 스위치가 아니라 발효
인지와 실천 사이의 간극은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저는 그 간극을 지나면서 깨달았습니다.
변화는 스위치가 아니라 발효입니다. 발효에는 반드시 시간과 인내, 그리고 기다려주는 누군가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의 변화를 기다려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