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수염이 가르쳐준 뜻밖의 선물
밤부터 배가 사르르 아팠다. 아기를 낳을 때처럼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통증. 가볍게 내과에 들렀다가, 의사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환자가 되었다.
“응급실로 가셔야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4박 5일의 입원 생활.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간은 뜻밖의 기쁨이었다.
병원, 그러나 안식처
3인실이었지만 며칠 동안은 1인실처럼 조용했다.
듣고 싶었던 영상을 마음껏 틀어놓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다.
굳이 누군가를 맞이할 필요도 없었다.
그곳은 병원이었지만, 동시에 나만의 안식처였다.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는 자유
먹어야 한다는 의무에서 벗어난 식사,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하루의 리듬.
출산으로 입원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그때는 새로운 상황에 대한 부담이 가득했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쉼이 허락된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는 자유. 그것이 나를 회복시켰다.
소소한 기쁨의 발견
퇴원 후 사람들은 수술 경과를 물었지만, 내 얼굴은 오히려 더 밝아져 있었다.
나 스스로도 놀랐다. 영과 육이 함께 회복되는 경험이라니.
그리고 그 시작은 너무나 사소했다.
침대 옆, 늘 충전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
그 작은 편리함이 나에게 감동과 기쁨을 가져왔다.
딸이 전해준 한마디
“엄마, 이제는 일상이 변해야 해요. 정리는 뭔가를 버리는 게 아니라, 엄마를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를 직접 만들어가는 거예요.”
딸의 말은 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 무엇을 만들었을까?’
입원 동안 곱씹게 된 질문이었다.
부모의 기대와 가정의 요구 속에서 달려온 세월. 정작 나는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고 살았음을 깨달았다.
병이 준 쉼, 쉼이 준 기쁨
이번 충수염은 단순한 병이 아니었다.
나에게 주어진 쉼의 기회였다.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는 쉼이야말로 절대적인 회복의 원동력이었고,
삶의 기쁨을 되찾게 하는 문이었다.
그리고 그 기쁨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았다.
전기 콘센트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당신에게도 그런 작은 콘센트가 있나요?
기쁨은 늘 소소한 곳에 숨어 있습니다.
이 글은 《콘센트에서 시작된 이야기》 시리즈의 첫 편입니다.
1부: 병상에서 만난 자유 (현재 글)
2부: 콘센트 같은 사람 (곧 공개 예정)
3부: 마을에서 찾은 기쁨 (예정)
작은 콘센트 하나에서 출발한 행복의 이야기가, 사람과 마을로 확장되어 가는 여정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