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루틴이 된 구름산 산행길을 나섰다.
추운 날씨로 망설였지만
동행하는 등산 전문가 언니의 성실함에
말없이 따라나섰다.
문 앞에 버리지도 못하고
몇 일째 놓여있는 여행용 가방을 쳐다봤다.
어쩌지, 어떻게 버리지?
몇 일째 고민 가득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문자를 받았다.
갑자기 온 문자
“굿모닝 여러분
혹시 28인치 여행용 가방 버릴 거 같고 계신 분 있을까요?
잠가지고 굴러만 가면 돼요.
우크라이나에 짐 전달할 때 들고 갈 가방이 필요해요.
당근에서도 찾고 있으니
꼭 오래돼서 정리하려고 생각 중이던 가방 있으신 분은
개톡으로 알려주세요.”
문자를 보자마자
가방이 갈 곳이 있다는 희망으로 문자를 보냈다.
여행 가방의 생명인 바퀴 4개 중 1개가 닳아서
이동에 불편이 있지만
물건을 담고 잠그는 데 문제가 없다는 말을 첨부해서
외롭게 있는 가방을 사진 찍어서 보냈다.
쓸모가 있다는 것
그랬더니 NGO 단체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로 가는데
바퀴쯤은 고칠 수도 있다고
그리고 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버려지기로 예정된 가방이 쓰인다는 사실 자체로 마음이 기뻤다.
쓸모가 있다는 사실은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 여행 가방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이곳저곳 가지고 다니다가
이젠 이동이 어려우니 버리자고 했던 물건이었다.
너무 좋다고 해서
이번 주일 교회에서 전달하기로 했다.
마치 입양을 보내는 느낌이랄까?
잘 쓰일 수 있는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가방이 멋있게 보인다.
얼른 거실로 옮겨서 곱게 모셔두었다.
우연의 일치
문자를 보낸 회원이 이런 글을 보내왔다.
“생각해 보니 색상도 우크라이나 색이에요.
하나님 하시는 일이 너무 놀라워요.”
우연의 일치인지
자신이 가는 곳의 색깔과 같다니
그곳으로 가기로 예정되어 있었나?
즉시 버리지 못하고 미련을 갖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을까?
어쨌든 가방 수리가 가능한 전문가 손에 의해서
변신될 가방과 또 그 역할을 다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에 기쁨이 잔잔히 흐른다.
60을 맞이하며
60을 맞이하고 사회에서 은퇴할 즈음에
필요와 쓰임의 인사이트를 주는 듯하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던 곳에서
주중도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금은 부담스럽던 차였다.
여행 가방처럼
완벽하지만 이동이 조금 불편했던 가방처럼
나의 나이도 그런 가방의 바퀴 같았기에
더 기쁨이 넘쳤나 보다.
바퀴 하나가 닳았어도
여전히 쓸모 있는 가방처럼.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필요한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이
오늘 아침
파란 여행 가방을 통해
내게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