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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169 『하늘은 맑건만』 - 현덕

창비 소설의 첫만남


⭐⭐⭐⚡
고깃간에서 잘못 계산하고 더 받은 거스름돈과 숙모의 돈을 몰래 #인마이포켓 한 소년의 이야기이자 교과서 수록작인 표제작 보다는, 가난과 가난 앞에서 잔인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고구마>가 훨씬 다채롭고 아프게 읽힌다.

표제작은 '역시 교과서 감'이라고 할 정도로 교훈과 양심 가득한 이야기였다면, <고구마>는 가난한 수만의 볼록한 주머니가 자신들이 의심했던 훔친 고구마가 아닌 진짜 운동모자임을 알아차리고 나서도 이를 '고구마'라며 수만을 희롱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잔혹한 순수뿐만 아니라 전쟁과 이념 갈등 사이에서 펼쳐졌던 학살과 파국의 원동력이던 의심과 기만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한 것.

자기 눈에 씌인 빨간 터울은 모른 채 빨간 발작을 일으켰던 사람들에게까지 미치는 생각이 과도할지도 모르겠다.

결국 잔인한 아이들이 점심시간 교실을 나가는 수만을 힘으로 억누르고 그의 주머니를 털어서 찾은건 누른밥 한덩이.

"용서해라."라는 기수의 마지막 그 한마디로 소설은 끝난다.

이미 벌어진 비극, 짓밟혀 터져버린 수만의 비밀은 결코 다시 닫힐 수 없는 비명이 되어 이 우화 같은 소설의 여운으로 남는다. 참으로 잔인하고 괴로운 교훈이 된다.

현덕은 작가의 필명이며 본명은 현경원, 월북작가로 사망일자는 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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