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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202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문학동네 퀴어문학

⭐⭐⭐⚡


p188 표제작


나는 담뱃불을 끄고 왕샤를 안아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의 뺨에 고인 것을 닦아냈다.


형, 왜 그래. 내가 미안해. 울지 마.



이 책을 읽고나서 문득 <It's not just for gays anymore>가 생각났다. NPH가 사회를 봤던 2011년 65회 토니 시상식 오프닝 공연인데,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4년전, 이미 브로드웨이를 주도하고 있는 lgbt의 존재감을 역설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https://youtu.be/M5C6twpfQ5M







책의 첫 단편은 마치 입산 주의 문구 같았는데... 

p18 <중국산 모조 비아그라와 제제, 어디에도 고이지 못하는 소변에 대한 짧은 농담>
태어난 것. 그것도 동성애자로 태어난 것. Q를 만나서 사귀게 된 것. 백일 휴가를 나온 Q와 농약을 나눠 마시고 욕조에 들어건 것. 나만 살아남은 것. 섹스를 하지 않고서는 잠을 자지 못하는 습관이 생긴 것. 콘돔을 끼지 않고 모르는 남자들과 섹스를 해온 것.

작가는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과 #사랑을멈추지말아요 에서 퀴어 서사를 해부학적인 시선으로 보여줬고 그건 동시대 작가들과는 (같은 소재라도) 확실히 차별화 된 목소리였으며, 작가의 개성이 주류 문학의 장에서 다룰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과 한국 문학이 현재 수용가능한 범위를 새롭게 조명해 준다. 

p175 표제작
박감독님은 요즘 뭐하고 사시나요? 네이버에 검색해봐도 펜싱 선수만 나오던데.

작가 자신을 (정확하게) 암시하는 자괴감을 발설하는 다소(?) 유쾌한 지점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적 퀴어 서사에 보다 밀착하게 해주는데... 사실 내가 이 책을 검색할 때도 펜싱 선수의 절판된 자서전이 먼저 튀어나와... 버려... 

p179 표제작
근데 뭐랄까. 좀 현실적이지 못해.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일기나 다름없는데)
아니 생각해봐. 주인공들이 너무 발랄해. 깊이가 없어.
깊이요?
응. 캐릭터들이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우기기는 하는데 가슴속에 우물이 없어. 그게 말이 안 돼.
무슨 (좆같은) 말씀이신지.

작가도 평론가도 아니지만... 이 소설집은 성 다양성의 특이점이 멀지 않은 시점에서 차후 작가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한 예측을 어렵게 한다. 반반이랄까. 

작가의 글을 읽게 만드는 개성이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지극히 확실해서 그렇고 그렇지 않은 단편들의 간극도 지극히 확실하게 느껴졌다. 그리고...작가의 첫 소설집이고 단편집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실 그 거리가 좀 어색했다.

물론 내 몰이해다.

그럼에도 어쨌든 차기작을 기다리겠다. 자괴를 척척 발설하는 아이러니와 그 유머는 단연 매력적이다. 개울물에 담근 무좀걸린 발이 투명하게 보이는 느낌의 해학은 성석제 작가 이후 처음이다.

표제작은 다시 읽었는데도 깨알같다. 깨부작 깨부작 리듬도 구성도 단연 돋보인다.

p.s. 최은영 작가의 소설을 읽고 나서도 했던 생각인데, 과연 장편은 언제쯤 나올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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