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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Sep 10. 2018

203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스티븐 핑커

민음사, 사이언스 북스


⭐⭐⭐⭐⚡
쏟아지는 지식과 (번역과) 지성의 세례를 받는 기분이다.

읽는동안 끝까지 생동하는 저자의 유머감각이 곁들여진 풍성한 서사가 즐거웠고 (무거웠고) 배웠으며 (아파썽) 폭력이라는 소재에 매력을 느끼는 내 욕구를 새롭게 고민하고 정의해 볼 수 있었다. 폭력이 얼마나 강력한 손아귀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으며, 간혹 나는 그걸 오락의 도구로 얼마나 손쉽게 소비하고 있었는지.

심지어 책의 초반(아... 300쪽 까지가 초반쯤) 다양하게 기록된 전쟁과 고문과 종교형벌의 잔혹함은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매우 강력한 자석과도 같아서... 나는 나는... 몹시도 약간 S였던가 

어쨌든
1 리바이어던
2 여성화
3 온화한 상업
4 확장하는 공감의 범위
5 이성의 에스컬레이터 라는 다섯 가지 요인이 어떻게 인간의 폭력성을 나아지는 방향으로 개선해왔는지를 풍부한 사례와 사료, 통계와 생물학과 자체 연구를 덧붙이고 저자 특유의 유머로 중무장한 채로 쏟아 부은다.

p797
채식에는 동물 복지 말고도 다른 동기들이 - 건강, 맛 환경, 종교, 엄마를 미치게 만들기 - 있는 데다가

p838
피해자는 너무나 많이 기억하는 반면에, 가해자는 너무나 적게 기억한다. 나는 1992년에 일본에 갔을 때 유용한 일본사 연표가 담긴 관광책자를 샀다. 그런데 1912~1926년까지의 다이쇼 민주주의 시대 다음은 곧장 1970년의 오사카 만국 박람회였다. 그 사이에 일본에서는 흥미로운 사건이 아무것도 없었다 보다.

저자의 인류 폭력사에 대한 긍정과 '미친 천사'라고 부르는 억제재인 동시에 유토피아적 무절제 살인의 창이었던 도덕의 이중성에도 공감한다.

물론 일상에서 용인되는 폭력과 침해, 삶에 내재되어서는 자꾸만 벌어지는 상처의 틈바귀의 비명을 부여잡고 살아야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나아지고 있고 이 진보를 직시할 때 결코 그 경험을 잊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이 책의 무게를 지탱해준다.

p274
1789년에 제러미 벤담은 지금까지도 동물 보호 운동의 표어로 쓰이는 문장을 통해서 동물권의 논리를 설명했다. "문제는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아니다. 그들이 말할 수 있는가 없는가도 아니다. 그들이 고통을 느끼는가 아닌가이다."

p1080
제러미 벤담은 공리주의 추론을 이용하여 동성애자 처벌과 동물 학대의 논리를 무너뜨렸고, 일찍이 존 스튜어트 밀도 그것을 이용하여 페미니즘을 지지했다.

여러차례 제시되는 벤담과 스튜어트 밀의 선구안에도 불구하고 피의 경험을 지나야만 하는 친체험적 인간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리고 아프다.

p1179
어쨌든 틀림없는 진전이다.

p1179
우리 벌거벗은 유인원이 같은 종족에게 가했던 고통이 어느 정도였는지 깨닫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가없는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어떤 이야기를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낫고, 그럴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몇 안되는, 정말 얼마 안되는 발췌문으로나마...

p373
집단 살해 연구자들은 사회학자 밀턴 힘멜파브의 1984년 에세이 제목에 대체로 동의한다. "히틀러가 없다면 홀로코스트도 없다."

p530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신생 정부의 운영자는 독재자나 도둑 정치가일 때가 많았고, 가끔 정신 이상자도 있었다.

p565
솔제니친이 지적했듯이, 사람을 수백만명 죽일 때는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 

p589
전성기 마르크스주의 체제들은 "오믈렛을 만들려면 계란을 깨뜨려야 한다."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했다. 그에 대해 역사학자 리처드 파이프스는 역사의 판결을 한마디로 말했다. "인간은 계란이 아니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문제는 그 살율에서 오믈렛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p599
크로닌의 말마따마, "폭력은 세계 언어이지만 품위도 그렇다."

p628
무릇 종교는 모호한 알레고리, 아무도 안 읽는 텍스트에 대한 감정적 애착, 그 밖의 여러 무해한 위선들에 기반하여 융성한다.

p674
히브리 성경에 따르면, 한때 강간 당한 여성의 남자 형제들은 그녀를 강간범에게 팔아넘겼고, 신은 군인들에게 과년한 포로를 맘껏 범하라고 명했고, 왕은 첩을 수천 명씩 두었다. 

p678
반면 여자와 그 친척들이 신랑의 '처녀성'에 집착하는 사회는 세상에 하나도 없다.

p706
그리고 빅토르 위고가 말했듯이, "제 시기가 온 사상보다 더 강력한 것은 없다."

p740
스트라우스는 절대로, 결코 아이를 때려서는 안 되는 세 번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체벌은 가정과 사회에서 비폭력을 추구하는 이상에 모순된다."

p757
부모들이 자식을 학교에 데려다 주려고 모는 차에 치여 죽는 아이의 수는 다른 교통사고로 인한 아동 사망자의 두 배이다. 그러니 자식이 납치범에게 살해되는 것을 막고자 직접 차로 학교에 데려다 주는 부모가 늘수록, 더 많은 아이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p894
생물학과 역사가 알려 주는 바, 다른 조건들이 다 같다면 여성의 영향력이 큰 세상일수록 전쟁이 적을 것이다.

p1004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다. 적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그보다 다음과 같은 이상이 더 낫다고 믿는다. 이웃이나 적을 죽이지 마라, 설령 그들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p.s. 김명남 번역가님의 번역은 정말... �
p.s. 아오.. 규모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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