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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Oct 15. 2018

208 『사물의 중력』 - 이숙명

북라이프 한국 에세이


⭐⭐⭐⚡
p168
조정래 선생은 아직도 원고지에 장편소설을 쓰고, 우디 앨련은 타자기로 시나리오를 쓴다는데 내가 무슨 걸작을 쓴다고 걸핏하면 컴퓨터를 갈아치운단 말인가. 그럼 한동안 잠잠하다.

선선한 가을 같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취향. 의외로 자신의 취향을 사랑하고 편안하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은데

'사물'에 관한 저자의 '취향'이 투명하다. 
저자가 쥐었다 폈다 했던 물건들에 관한 사소하지만 고집스런 취향과 사연에 웃었다 메롱했다가... 이 투명한 취향에 밀고 당기는 기분이 들었다. 

p33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물건을 볼 때의 감탄, 그걸 손톱깎이를 보면서 느끼게 될 줄이야.

손톱깎이. 내 경우엔 가방과 방에 하나씩 있다. 십년전인가 일본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일제 손톱깎이를 선물해줬고 (솔직히 우리 사이에 선물이 좀 작다? 싶었지만) 십년동안 튀지도 않고 손톱이 깨지지도 않는 명품이다. 잊어버릴까봐 집에만 두고 쓴다.

41가지 물건과 그에 관한 취향 중에는 나를 비추고 싶게 만드는, 내 기억을 되감는 이야기들이 절반은 되고 공감되는 게 또 절반은 되고 정보를 주는 게 다시 절반은 된다.

p82 - '잘생긴 내 냉장고, 보고 싶어'
p89 -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가끔은 울고 싶다. 너무 맛이 없다.

나는 내가 만든 음식이 너무 맛이 있는데... �

p114
취향은 나 좋자고 갖는 것이다.

오히려 과하게 많이 제공되는 에코백이 환경을 파괴하는 듯하다는 생각, 데면데면한 여성들의 공감주제 다이어트... ㅎㅎ 다소 굴욕적인 사소하지만 오랫동안 잊지 못하는 사연들.

수미쌍관을 위하여 저자의 취향을 가장 문학적(?)으로 보여준 처음의 발췌문의 짝문(?)을 마지막 글거리로 남겨본다.

p169
솔직히 조정래 작가에겐 나뭇잎에 상형문자로 원고를 넘긴대도 혼쾌히 타이핑을 해줄 편집자들이 있을 테고 우디 앨런은 우편과 은행 업무를 기꺼이 도맡아줄 비서와 회계사, 영화사 직원들, 추종자들에 둘러싸여 사니까 그럴 수 있겠지. 나는 디지털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간신히 밥벌이를 할 수 있단 말이다.

p.s. 전작인 #혼자서완전하게 같은 명제목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 이 출판사가 내는 에세이의 질감이 상당히 좋아요. 표지도 글과 어울려서 좋고 사이사이 일러스트 도 예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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