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채 미국소설
⭐⭐⚡
19세기 말로 보이는 영국 교외 어딘가에서 염색 공장을 운영하는 벨맨 가족의 일원인 윌리엄 벨맨의 일대기다.
문체나 미끄러지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수완은 뛰어나는데... #찰스디킨스 의 #크리스마스캐롤 이나 영화 #조블랙의사랑 에서의 #안소니홉킨스 를 떠올리게 하는 다소 익숙하고 어디선가 분명 들어봤던 '주변을 한번 둘러보렴', '가족이 먼저', '자본주의의 탐욕을 경계해'...
아... 아아아...
419쪽 소설이 396쪽까지 윌리엄의 맹목적인 일과 성공을 다뤘다면 이제 20쪽 분량에선 카타르시스를 팡! 터트리거나 허무라든지 아! 하는 오묘한 깨달음의 상쾌함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평평하다. 밋밋하다.
벨벳이나 극세사 담요의 질감 같은 작가의 단어와 문장과 매끄러운 번역조차도 이 이야기 자체의 무미無味를 견뎌내지 못한다.
아버지가 도망치고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자수성가하고 성공하고 염색업과 장례업에서 세상의 인정을 받는 한 사람의 일대기가 왜 떼까마귀와 접목되는지도 설득이 안된다.
끝이 이렇게 평평하면 다 잡아먹힌다.
작가의 문장력, 섬세하게 묘사된 시대, 아름다운 표지와 한 가문의 역사와 허상과 같은 자본주의의 끝없는 추구도, 그리고 내 시간마저도 잡아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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