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덴마크소설
⭐⭐⭐⭐
따뜻하고 깊다. 우화적 쓰기를 통해 이루어내는 저자의 통찰이 대단했다. 특히 표제작인 <바베트의 만찬>은 영화로서도 뛰어났지만 소설로서도 영속하게될 고전임이 분명하다.
흔히들 종교적 영감이 둘러싼 작품으로 알고있으나 표제작은 물론 뒤이은 네작품 모두 청교도적 신앙을 뒤집는다.
이를테면 오히려 '반종교적 영감'
노르웨이 시골 공동체의 기독교적 구원은 완성은 바베트가 만찬이라는 요리의 예술을 통해 이루어지며 전적으로 혀라는 육체적 만족에서 비롯된다.
p66 <바베트의 만찬>
바베트는 빙긋 미소지었다.
"아니에요, 전 절대로 가난하지 않아요. 저는 위대한 예술가니까요. 위대한 예술가는 결코 가난하지 않아요, 마님. 예술가들에겐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어요."
이어지는 <폭풍우>의 연극배우 말리는 아비없음과 구멍난 배를 폭풍우 속에서 구해내는가 하면 스스로 그리스도임을 고백하는 대사까지 던지는데, 다음 작품인 #불멸의이야기 에선 선지자 이사야의 예언을 불가능한 결말로 밀어붙인다.
p196 <불멸의 이야기>
그 예언을 한 예언자 이사야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나라에 살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메마른 땅에 물이 고인다고 말하는 겁니다. 땅이 거의 마를 날이 없는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얘기를 쓰거나 읽을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사장님, 이 이야기를 즐기는 선원들은 가난하고, 바다에서 외롭게 지내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잣집과 아름다운 여자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선원들이 하는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지요.
따뜻하지만 한겹 아래 통렬한 비판이 있다. 당대 청교도 국가인 조국 덴마크에서 인정받지 못한 이유와 더불어 작가가 겪은 불우한 사건들을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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