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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Nov 29. 2018

264 『언어의 줄다리기』 - 신지영

21세기북스


⭐⭐⭐⭐
p15
언어 표현들 사이의 줄다리기는 사실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며 벌이는 심각한 이념의 줄다리기다.

얼마 전 어떤 대학생이 한강 작가를 무려 '여류작가'라고 칭하며 앞날을 기대하겠다는 서평을 본 일이 있다.

앞날을 기대하겠다는 격려(?!)는 둘째 치고서라도 '여성'도 아니고 '여류'라니, 이 사람은 국어를 누구에게 배웠길래 아직도 '여류'라는 말을 쓰는 것은 셋째 치고서라도 일전에 '장애우'라는 단어가 순화된 표현인줄 알고 썼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장애우'라는 단어는 장애인 스스로를 칭할 수 없을 뿐더러 허용하지 않은 친구 관계를 단정짓는 폭력을 수반한다.]

나름 감수성 뿜뿜한다고 생각헀는데... 멀어도 너무 멀었더랬다.

저자 신지영 교수는 10가지 대립을 지목하며 단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언어와 단어가 바뀌는 것이 아닌 이데올로기 사이의 권력 대결을 주장한다.

무엇보다 성차별을 바탕으로 형성된 언어습관의 문제를 지적하는 이슈가 가장 크게 와닿았는데, 어제 오늘 '논산 여교사'가 하루 종일 검색어 상위권에 있었다.

'청년'이란 단어를 다룬 부분에선 과거의 의미보다 슬퍼진 뉘앙스에 착잡한 심경을 숨길 수가 없었다. 서글프다.

p263
우리가 지향해야 할 어문 규정의 방향은 관이 정하고 민이 따르는 방식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민이 정하고 관이 정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자장과 짜장 사이에서 언중을 관의 규범으로 옭아매려던 과거 국어원의 태도에 일침을 가하는 부분은 언어에 대한 저자의 감수성과 주장을 넉넉히 지지하게 해준다.

일상의 단어와 소재가 등장하고 문장도 술술 매끈하게 들어온다. 종이 재질에 따른 무게에 살짝 걱정했는데 금새 읽었다.

p.s. 그나저나... 'X나게'를 쓰는 선배가 멋져 보여 의미도 모르고 집에서 처음 사용해 보셨다는 경험담을 읽으니 '니 꼴리는 대로'를 의미도 모르고 쎴던 지금은 사이비에 빠진 교회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p.s. 81쪽 7행 오타: '없는 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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