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희 옮김, 영국 퀴어소설, 추천, 창비
⭐⭐⭐⭐⚡
p252
그는 와니의 꼭 끼는 검은색 수영복과 옅게 탄 그 몸의 부드럽고 섬세한 모습, 이제 고환 위로 대담한 느낌표처럼 똑바로 선 그의 성기, 평소처럼 자극적인 그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퀴어 소설로는 처음 맨부커상을 수상한 책이라는 호기심에 읽었지만 대처 시대 상류층 삶에 객으로 지낸 퀴어라는 불편한 우아함과 사이사이 치솟는(?) 성애를 구사하는 문장의 품위(?)가 매혹적이다.
보수당과 대처주의, 동성애, 상류층, 옥스포드와 에이즈, 이민자와 중산층, 런던이라는 난해한 조합을 가능케하는 문장의 세련된 매듭과 저자의 힘이 굉장하다.
옥스포드를 졸업한 #openlygay 닉 게스트는 친구이자 연정의 대상인 토비의 제안으로 그의 런던 집에 기거하게 된다. 상류층 페든 가족의 우아하고 세련된 삶을 체험하고 페든 부부의 은혼식에서 대처와 춤까지 추는데... 결과적으로는 제랄드 페든 스캔들의 엉뚱한 희생자가 되어 그들의 곁을 떠나게 된다.
p588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하는 자동차의 모습이란, 처음에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진 가능성들, 꿈의 빛과 날카로운 최면의 향기를 지닌 꿈의 대리자였다가 서서히 예상 밖의 괴팍함과 까다로움을 드러내고, 하나의 유행과 다른 유행 사이에서 창피스러운 물건으로 화해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눈 앞의 유혹인 토비에 대한 체념과 첫 연인이차 첫 경험의 상대였던 리오, 옥스포드 친구에서 연인이 된 와니, 리오와 와니에게 닥친 에이즈와 그들의 죽음. 그리고 우연찮게도 페든가에서 멀어질수록 동성애자 닉의 삶에 에이즈의 공포는 더욱 더 가까워지는 현실이 된다.
저자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점과 이 폭발하는 문장 미학을 퀴어의 사회학에 헌신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퀴어 이슈라는 것은 당시 대처 시대에서 정치, 행정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으며 어떤 '아름다움의 선'이 닿지 못하고 닿기 어려우며 그나마도 위태하게 닿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가의 스케일이 아닐까.
백만장자의 상속자 와니의 후원에도 불구하고 닉과 '그들'의 잡지 <오지>가 창간호를 끝으로 맺어진다는 것은 어떤 필연적인 비극, 한계의 상징이다.
p518
그는 그다지 용기를 낼 필요도 없이 웃으며 자연스럽게 말했다. "수상님, 춤추시겠어요?"
"그래요, 아주 좋지."
자연스레 저물어가는, 그의 이름처럼 손님(guest)의 당연한 운명처럼 결국은 떠나는 닉 게스트의 4년이라는 시간 중 한순간이나마 절대 권력자인 대처와 같은 호흡을 보냈다는 것은 희망일지 풍자일지를 고민해본다.
p.s. bbc에서 2006년에 3부작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dan stevens 가 닉 역이었다니... 긍데 영상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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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창비에서 퀴어를 여럿 다뤘지만 이런 표지를 낼 줄이야... 걱정을 하셨는지 평소 잘 안하는 서평단을 많이도 뽑으셨던데... 긍데 #나한테왜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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