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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Feb 19. 2016

여름이 오면 그리워질 것들

146 오 나의 계절이여~



추우면 힘들긴 하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도 있어,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의 하나다.
_이가라시 다이스케 원작, 모리 준이치 감독 영화 <리틀 포레스트> 中



온기 따뜻한 집안에 있다보면 분명 겨울인데 시원한 물이 당긴다. 급한대로 싱크대 선반에서 컵을 꺼내 수도꼭지의 방향을 냉수쪽으로 완전히 틀면 얼음장 같은 수돗물이 컵안으로 쏟아진다. 여름에는 받을 수 없는 완전한 냉수오직 겨울에만 완전한 온수와 냉수가 툭하면 짠하고 쏟아진다. 


졸린 눈을 비비며 현관을 열면 쨍한 냉기가 코끝을 시작으로 얼굴을 덮는다. 늦은 밤까지 잠을 설쳐 부어오른 몸과 마음을 한번에 깨워주는데 '총총총' 잰 걸음으로 지하철 입구까지 서두르다 보면 그제서야 코끝에서 시작한 하루가 발끝에 도착한다. 


직접 만든 순대를 파는 할머니가 순대가 든 대야의 천보를 들어올리면 하얀 김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올라온다. 종종 혼자 찾는 가락국수 집의 그릇에서도 하얀 김이 올라온다. 그리고 만두. 눈으로 먹고 냄새로 먹는다는 이 표현도 겨울이 되어서야 제값을 받는다. 


가히 폭발하는 매력을 뿜어내는 겨울 간식을 충동적으로 사와 남긴다 해도 괜찮다. 냉장고가 꽉 차서 베란다 언저리에 둬도 이삼일은 거뜬할테니까. 






그리고 폭신하고 부드럽게 감싸안는 이불. 그 이불을 가슴까지 덮고 여분의 베개를 그 위에 얹어 책장을 넘기며 만족을 느낀다. 이불 속 바람을 몰아내고 발끝까지 따뜻해지면 곁에 둔 얇은 이불을 얼굴 위로 끌어안고 몸을 움츠린다. 이제는 끝자락이 보이는 겨울이 아쉽기만 하다. 





p.s.
나의 계절이 이렇게 또 가는구나. 
험난한 여름같은 봄, 여름같은 여름, 여름같은 가을을 어떻게 견딜지 생각만해도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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