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삼포 가는 길』 中
백화는 이제 겨우 스물 두 살이었지만 열 여덟에 가출해서,
쓰리게 당한 일이 많기 때문에 삼십이 훨씬 넘은 여자처럼 조로해 있었다.
한 마디로 관록이 붙은 갈보였다.
백화는 소매가 헤진 헌 코우트에다 무릎이 튀어나온 바지를 입었고,
물에 불은 오징어처럼 되어 버린 낡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비탈길을 걸을 때, 영달이와 정씨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양쪽에서 잡아 주어야 했다.
_황석영 『삼포 가는 길』 中
오래된 글에는 지금은 쓰이지 않는 외래어 표기들이 있다.
코트, coat. 코우트
몸을 버린 도시에 기억을 묻고
안식을 찾는 백화의 코우트는 코트보다 길어진 단어만큼 그녀의 삶을 길게 덮어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