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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2. 2016

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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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버스에서 핸드폰 불빛에 빠져있던게 문제였다.
간혹 도지는 이석증이 어제 멀미에 자극을 받았는지 오늘 하루 종일 하늘을 돌리고 있다. 그리 피곤하지도 않았으니 이유는 버스에서의 멀미 하나뿐이다.


태생적 문제, 육체적 한계는 나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석증은 나아지길 기다리고 좋아지길 기다릴 뿐이다.


'생각 많은 머리가 과부하에 걸린걸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산성과는 하등 상관없는 생각들이 포화지방처럼 뇌관 어딘가 쌓여서 불균형을 이루는 통에 달팽이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형국. 영혼의 무게가 21g이라는데 평생 쌓인 생각주머니가 10~20mm되는 평형기관의 불청객으로 자리트고 앉아 불편을 유발할 수도 있겠다는 허망한 상상도 해본다.


이런 류의 질환은 평생을 얹고 살아가야 한다. 중병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신체의 일상 가동률이 떨어진 채로 사는 기분이 종종 든다. 한 70~80%정도?
만성 두통이나 빈혈, 비염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요즘 알것 같다. 이석증이 나타난게 근 육개월이니 뭐 이런 일이... 참.


일주일에 한두번 오는 어지럼증인데다 원체 병원을 잘 다니질 않는다. 더군다나 이 정도 질환은 병원에 가는 스트레스와 치료가 신기하게도 언제나 서로 상쇄된다.
이 나이에 사람들에게 떠벌리는 것도 남사스럽다. 나이가 들수록 몸은 아프게 마련인데 나이가 들수록 병치레 소식이 부끄러운 일이 되는 건 아이러니다.


평소에도 교통편을 이용하면 멀미가 잦은 편이었는데 이제는 누워서도 멀미 걱정을 하게 됐다.  
 

세상을 좀 천천히 살아 보라는 사인인가하는 착각을 떠올리기 내 인생은 이미 지나치리만큼 처지고 늦었다.


현상세계에서 까부르기 곤란한 일생의 불편함이 하나 더 늘고야 말았다.
생각이 과잉인데, 틱이 있고, 이석증이 발현되었다.


불면을 인정하고, 부모님과 주위의 무지를 겪어냈더니, 하늘이 돈다.
하늘이 돈다라...  내게 하늘은 여러 의미가 있.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이
내게만 어렵고 불편하고 짜증나는 지랄같은 세상은 아니다.


모든 게 그저 빨리 끝났으면 싶다.
총총거리며 산 십대, 이십대, 삼십대마저도 충분히 피곤한데 분명히 발견 될 네번째 불편을 이렇게 기다려야 하나.



오늘 괜히 책장이나 뒤지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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