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그날, 거기, 광장에 포박당한 채 누워있던 그들이 빨갱이라면, 빨갱이가 맞다면
그들의 쪼개진 머리와 갈라진 가슴과 구멍난 허리에서 흘러나온 것이
줄기를 뻗쳐 봉오리로 맺혔다 꽃으로 붉게 피어났기 때문이오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라는 존재를 견디려면 그들의 영혼에 어느 정도 자비심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낮은 수준의 구체적인 고통이 따랐다. <고요의 바다에서>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