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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30. 2016

알라딘 중고서점 책팔기,
긋바이 베이뷔들

190 오예~! 80,000원!

무엇이든 첫경험은 의미있고 소중한 것이 아닐지요. 그리하여 생애 첫 중고책 판매를 기념하기 위하야 이렇게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지난 주말에 다녀왔는데. 무슨 용기로 차도 안갖고 책 33권을 들고 갔는지. 제 나이를 깜빡하는 바람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팔러 갔다가 낭패아닌 낭패를 겪은 분들이 꽤나 있었던지라 평소와는 다르게 꼼꼼하게 준비하고 갔습니다. 


알라딘 중고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꼭 확인해야 할 일이 있는데요

01 회원가입 : 회원만 판매 가능한데, 매장마다 가입전용 컴퓨터가 있으니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02 알라딘 중고매장 사이트에서 판매 여부 검색 : 알라딘에서 매입가능한 책 여부를 사이트에서 확인하고 가야하는데요. 바리바리 들고 갔는데 매입거부를 당하면 당황스럽잖아요. 
(중고매장 사이트 매입여부 확인 페이지 바로가기)




제 경우엔 검색으로 스탕달의 <적과 흑 1, 2>권을 걸러냈는데요, [증정도서]는 매입을 안하는 이유에서였죠. 그 외의 매입거부 조건은 대부분 책의 상태나 낙서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사이트에서 OK를 받았지만 매장에 방문해선 <피라니아 이야기>가 매입거절 되었습니다. 이유는 매장 재고 한도 초과.



그래서 결국 33권 중 32권 판매 성공.






순서에 따라 매장 매대에 책을 올리면 직원이 /최상-상-중/으로 등급을 분류해주시는데, 32권 모두 최상인 덕에 사이트 확인 금액보다 2000원 정도 더 받았습니다. 제가 저 책을에 손도 안대서가 아니라, 원체 제 성격이 깔끔해서 최상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판매된 책의 누적금액은 모니터에 바로바로 계산됩니다. 
그리고 을 받습니다. 물론 매각 대금은 현금으로. 현금으로요!! 오예!!!



청년아 울더라도 팔아야 한다~


지방과 서울을 한창 오갔던 적이 있는지라 그때마다 한권씩 사모은 만화책이 꽤 많은데, <빌리 배트>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지만 수집욕이 들진 않아 과감히 판매했습니다. 재밌는 건 원가대비 판매가가 가장 높은 책이 만화책이더군요.









바로오기 허전해서 서점을 둘러봤더니,표절의혹 신경숙 작가 책이 꽤나 많더랍니다. 

요즘 맛들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봤는데, 제가 읽고 싶은 책은 없어서 패쓰~

















오옷~! 그러다 큰 발견!
다시 읽고 싶었던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가 상당히 깨끗한 상태로 있더랍니다. 세권을 다 살까 하다, 두권만 집어왔는데 아파트에 찾아오던 이동문고의 기억도 나고 동심도 새록새록 피어나는 것도 같고  ^^ 기분이 묘하더랍니다.

이 책을 낸 사계절이라는 출판사는 동화책을 전문으로 하는 것 같은데... 요즘 애들이나 학부형이나 동화보다는 학습서를 선호하다보니... 대부분 절판된 책들이네요. 요즘 애들은 동화책은 잘 안읽는것 같아요. 일본 작가가 썼다는 <내가 나인 것>이라는 어른인 제가 뜨끔한 추상적인 제목의 동화책도 보이고ㅎ










책을 팔려니 <변호인>에서 배우 송강호 씨가 부인의 출산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시책을 헌책방에 내놓는 장면이 떠오르더랍니다. 책방 앞에서 갈까 말까 주저하던 모습. 

저야 물론 그만큼은 아니지만 책을 흥정하는 듯한 기분 때문에 꽤나 주저했죠. 그런데 제게는 생명이 끝난 책들을 정리하고 나니 생각보다 시원하네요. 이중으로 겹쳐놓은 책장도 넉넉해졌고요. 

한번은 그냥 아는 사람들 줄까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제게 더 이상 의미없는 책을 선물로 주는 건 양심에 걸리는 일이더랍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책선물을 선호하지 않는데다 심지어 헌책이니 말이지요. 


책을 팔고나니 묘한 생각이 떠오르네요.

어떤 책은 2015년 발간임에도 매입 자체가 제한되어 있고, 어떤책은 7~8년이 지났는데도 꽤 고가에 매입되더랍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 사람들이 팔기보단 소장하려는 책들이 그런 류겠죠. 

제가 구하고 싶은 고전이나 철학책들은 중고매장에 거의 없더랍니다. 정말 고리타분하고 머리아픈 책들인데 말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도 한병철, 장하준, 피터 드러커 교수의 책은 책장에 깔끔한 곳에 껴놨더랍니다. 심지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지젝의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같은 건 잘 펴보지도 않고 누굴 보여줄 것도 아닌데 매각 도서를 고를 때 염두에 두지도 않았네요. 

그에 반해, <디퍼런트>나 <마인드 세트>, <미래의 물결>같은 경제, 경영, 혹은 <피라니아 이야기> 따위의 자기계발서는 아예 거절 당하고, 댄 브라운의 저작은 무조건 1000원 땡처리라니... 



여하간 조금이지만 용돈이 생겼네요. 우선 치킨 하나 시켜먹고...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아직도 팔만한 책이 있으니 다음 살 책은 다음에 팔 책으로 충당하면 되겠죠. 
벌써부터 이렇게 중고책 팔기에 맛들이면 안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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