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브루크너 교향곡 4번 - 예술의 전당
2016. 4. 7일. 20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음악당)
대전시향, 김성향 지휘, 조재혁 협연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로맨틱
조재혁 아저씨에 대한 애정에도 불구하고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특유의 박력을 느끼지 못해 아쉬운 연주였다. 1악장의 시작을 알리는 팀파니부터 시작해 미국 유학파인 조재혁 아저씨의 건반도 명료하다기보다는 부드러웠다는게 맞을거다.
에밀 길레스나 크리스티앙 치메르만의 명연이라는 음반에 익숙해져서 라이브 현장의 장단에 내가 적응하지 못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브루크너 4번을 들으면서는 피협의 아쉬움이 더욱 확고해졌다.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모두의 박력이 아쉬웠다.
1악장을 빼면 훌륭했던 연주였다.
1악장은 '약동하듯이, 너무 빠르지 않게'라는 작곡가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빨랐다. 지나치게 빠르다보니 안개가 사라지면서 떠오르는 아침빛과 같은 이 악장의 카타르시스가 뭉게져버렸다. 솔로를 맡은 호른 주자는 1악장에서 유독 실수가 잦아서 찡그려질 정도였다. 호른 주자가 2, 3, 4악장에서만큼 1악장에서 연주했다면 분명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긴장한탓이었는지 몸이 덜 풀려서였을지... 지나치게 빠르게 연주하다보니 박력만 남아버리고 현악 관악간 손발도 맞지 않아버렸다. 그렇게 1악장은 뭉게져버렸다. 작곡가의 지시도, 당연히 뿜어졌어야 할 브루크너 특유의 카타르시스도 뭉게져버린 셈.
2, 3, 4악장은 1악장은 '실수'였다는 듯이 굉장히 좋았다. 이 정도로 브루크너를 연주할 수 있는데도 1악장은 왜 그렇게 처참하게 뭉게버렸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괜찮았다. 3악장에서 그 호른 주자께서 살짝 실수하긴 했지만 그 정도야 2, 3, 4 악장 전체를 따졌을 땐 문제되지 않을 정도였고 4악장에서는 오히려 안정적이었다.
더불어 첼리비다케의 브루크너가 얼마나 영원한 순간을 담고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묵상(?)하게 됐다.
브루크너 1악장과 브람스 피협의 박력을 서로 바꿔서 연주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지...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나름 훌륭한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브람스 피협이야 '스타일'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뭉게진 브루크너 1악장은 2,3,4악장이 대신 메꿨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지휘자 김성향의 대전시향 시대가 열릴지는 여전히 물음표지만
서울시향, 경기필, 코리안 심포니가 아니더래도 이정도면 유료관객이 되어도 괜찮은 오케스트라가 아닌가 싶다.
아!
브람스 1악장이 끝나고 요란하게 박수치던 사람들이 있더랬다.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도 악장 사이 박수를 들어서야 쓰겠는가... 한화 직원들과 무료 관객들이 꽤나 있어서였을지도. 이때 지휘자와 조재혁 아저씨가 무대를 의아한 표정으로 뒤돌아봤다. 악장 박수를 치는 다른 관객에 떨떠름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관객의 실수를 애매한 눈초리로 보는 연주자의 그 인상은 뭔가 적절하게 생각되지는 않았다. 대중이 클래식에 거리를 느끼는 이유를 연주자들이 생각해봐야 한다.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번, 레너드 번스타인 - 크리스티앙 치메르만 - 빈 필하모닉
https://www.youtube.com/watch?v=arKoBwtmuX0
브루크너 교향곡 4번 로맨틱, 첼리비다케 - 뮌헨필
https://www.youtube.com/watch?v=LY7m119eO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