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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14. 2016

`16.5.13(금)
마리오 벤자고 & 서울시향

바그너 탄호이저, 모차르트 바협 3, 드보르자크 7번

예술의 전당으로 공연을 보러간 이래로 8시 공연이 10시에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전엔 거의 11시에 끝난적도 있는지라 정시 종료가 새삼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일찍 끝나서 뭔가 부족했다는 불평은 전혀 아니다. 10시면 광장에 종을 울리는 것도 그래서 알게 됐다.


<정명훈 vs. 박현정>의 구도가 아직도 진행중이라 시향 안팎은 여전히 시끄러운데, 정명훈 사임 - 최수열 부지휘의 뭔가 불안한 체제의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하는 의도인지 올해 시향의 표가 대체로 20~30% 할인 중이다. 1년전부터 정명훈 지휘로 예매를 받았는데 지휘자 프리미엄이 사라졌으니 그에 대한 당연한 할인이지만, 에셴바흐같은 지휘자가 초빙된 사례도 있어 어쨌든 나같은 '소시민'에겐 좋은 일이다.




마리오 벤자고는 유럽에서 활동 중인 지휘자로 특 A급은 아니지만 B++ ~ A급으로 인정받는 지휘자로 알고 있다. 


프로그램은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탄호이저>는 칼 뵘 - 빈필의 음반으로 자주 들었는데, 나머지 두 교향곡은 들을 기회가 없었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레퀴엠이나 피아노 협주곡, 후기 교향곡을 주로 들었고, 드보르자크는 교향곡 9번 신세계, 첼로 협주곡을 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공연 전 시간을 내 유튜브에서 드보르자크는 가디너로, 모차르트는 힐러리 한의 연주를 들었는데 가디너의 드보르자크 7번은 노벨상 공연의 연주였고 힐러리한-두다멜의 모차르트는 바티칸 교황 공연이었다. 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랄까... 


<탄호이저 서곡>에선 호른의 삑사리가 있었지만 연주는 평이했다. (어차피 서곡이니...)

문제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었는데,
협연자는 피천득 님의 외손자이자 재미 물리학자인 피서영 교수의 아들인 '스테판 피 재키브'


시향의 연주와 협연자의 카덴차, 2악장, 3악장도 좋았는데, 
문제는 <탄호이저> 다음에 이 소규모의 교향곡을 연주했다는 데에 있다. 

예컨대 참치 뱃살과 장어구이를 먹은 후 오징어를 먹은 게 되어버린 꼴. 정말 모차르트가 오징어가 되었다. 심지어 이 협연자가 앵콜곡을 굉장히 느으으린 곡을 연주해버려 금요일의 피곤이 엎친데 덮쳐버렸다.



그리고 드보르자크 7번.
기대 이상의 호연이었다.
녹음 연주라고 생각될 정도로 날카롭고 정확했는데 3, 4악장을 휘몰아치듯 연주하니 유튜브로 보고 또 봐도 애매했던 흐름이 정리될 정도였다. 사진의 빈자리가 안타까울 정도로 멋진, 잘 정돈된 연주였다. 


<탄호이저>와 <모차르트~>는 이 곡을 위한 레드카펫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난 오늘 운이 좋았던 셈이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각각의 협연자 독주(카덴차)와 아다지오에서 관객 누구도 기침이나 떨구는 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 정말 지나치게 조용했다. 예술의 전당 클래식 공연 에티켓이 수준 있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 보아왔지만 이제껏 가본 예술의 전당 공연 중에서도 관람객의 집중도, 에티켓이 이만큼 좋았던 적이 없다.


아니면 시향과 지휘자인 마리오 벤자고의 흡입력이 대단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간 아무리 들어도 거리감있던 드보르자크 7번을 이렇게 매력적인 연주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꽉 막힌 버스에 타서는 '내가 오늘 왜 예매했지'라는 생각을 했던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KTM7E4-DN0o

https://www.youtube.com/watch?v=n0qK1xTUMk8

https://www.youtube.com/watch?v=rus3Ahr8h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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