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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Jul 31. 2016

246 거지같은 여자

너나 잘하세요

그 여자는 아직도 지인의 자식 안부를 캐묻고 다닌다. 관심이라는 얄팍한 치장을 벗겨내면 징그러운 촉수가 흥밋거리를 찾아 헤매고 있다. 너의 자식이 잘 지내는지 보다는 너의 자식이 왜 안보이는지, 너의 자식이 얼마를 버는지, 대학은 어디를 다니는지, 성적이 어디쯤인지, 연애를 계속 하는지. 그 여자의 촉수는 구체적인 급소를 파고든다.  


그런데 그 여자는 자기 자식들이 얼마를 버는지, 대학을 어디를 다니는지, 성적이 어디쯤인지, 연애가 어떻게 됐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여자와 그 여자의 자식들의 안부는 그 여자가 안부를 물었던 사람들의 등 뒤에서 활개를 친다. 


딸애는 얼마 전 헤어졌고, 아들은 공익인데 허리와 어깨가 병신이다. 자기 새끼는 뭐하는지 떠들지도 못하면서 남의 자식 얘기엔 지구촌 방언이 터진다더라. 예전에 그 여자 수술했을 때 남편은 어디선가 술먹고 전화도 안받았다더라. 



아무개 여사와 여사의 둘째 아들을 길거리에서 만나선 직업과 수입을 낯짝을 내밀고 물은 적이 있었다. 얼굴이 벌개진 둘째 아들은 멋쩍개 헤어지고 나서 가방을 집어 던졌다. 

그 여자는 거지다. 수치를 모르고 사람들의 코앞에 손을 내밀고 이야깃거리를 주워 담는다. 그게 뜨거우면 좋지만 식었거나 쉬었거나 썩었거나 삭아 흘러내려도 그 여자는 자신의 바가지에 주워 담는다. 


거지같은 여자. 
그 여자의 바가지는 염치를 모르고
그 여자의 폭식증은 20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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