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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Aug 16. 2016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2』
- 에도가와 란포

253, 16-102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을 지난 2월에 읽었네요. 
두번째는 언제 나오나 내심 기다렸는데 8월에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김숨 작가의 <한 명>의 멍울이 워낙 단단하게 맺혀있는지라 같은 시대배경의 작가인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이 편하게 읽히진 않았습니다. 저도 뒤끝이 꽤나 질긴 사람인가 봅니다.


란포 소설에 대한 눈흘김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란포의 지독한 탐미주의에는 여성에 대한 악인들의 판타지가 매우 변태적으로 묘사됩니다. 이는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의 장편인 <거미남>과 단편인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에도 드러났었는데, <결정판 2>의 1권에 담긴 중편 <파노라마 섬의 기담>과 단편인 <인간의자>는 물론 2~3권에 담긴 장편 <대암실>에서는 보다 발전적(?)입니다.






<파노라마섬의 기담>과 장편 <대암실>에서 각 주인공이 자신의 환상을 본떠 만든 '파노라마섬'과 '대암실'은 분위기엔 차이가 있지만 둘다 여성(혹은 여체라고 해도 무관할)을 주요 장식품으로 하고 있죠. 


전쟁을 일으킨 광기의 시대를 살고 있던 일본인들의 탐미주의의 지향점이 제게는 그다지 아름답게 여겨지진 않았습니다. <결정판 1>을 읽을 땐 세계관의 일부를 맛봤다 생각했기에 독특한 괴기, 기담에 매력을 느꼈는데 <결정판 2>에서까지 오히려 더 비틀어져 더욱 괴기스럽게 나열되니 불편했습니다. 2권에 오히려 다른 작품을 선정했더라면 <1>과 <2>의 적절한 완급조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작품해설에서 '에도가와 란포'는 장편보다는 단편과 중편에서 더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고 말하는데 2-1권의 <파노라마섬의 기담>과 <인간의자>를 읽고 2-2~3권에 담긴 <대암실>을 읽고나면 확실히 이해가 됩니다. 대암실에 등장하는 귀족들과 배경, 대화, 표현들을 보면 <베르사이유의 장미>같은 순정만화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좀... 유치하달까요. 너무나 멋지고 잘생긴 훈남 주인공들과 비극적인 태생, 탁월한 능력, 거기에 아름답고 지조있는 여성들까지. 

거기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서 조진웅이 자신의 부인과 조카에게 낭독시키는 음란서적의 느낌이 곁들여졌달까요.



그리고 확실히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았습니다.
개개의 소품으로서의 개성, 적당한 마지노선을 갖출수 밖에 없는 구조와 분량에서 오히려 반짝하는 기풍이 있었슨비다.


결정판 1, 2는 따지지 않고 직접 구매해서 읽었는데 3권은 다른 분들의 서평을 미리 둘러보고 구매를 결정할 것 같습니다. 

에도가와 란포가 물론 대단한 작가지만 제 취향에 가까운 보다 재미있는 책은 세상에 많고 많을테니까요.


추가한다면...
소장판이라는 미명하에... 마치 두꺼운 도화지의 거친면으로 치장한 낱권소재는 피했으면 좋겠습니다. 들고 읽는데 굉장히 불편하고 거슬리더랍니다. 괜히 그런 조심성 때문에 읽는데 오래걸린것도 같고... 가방에 넣어다닐때도 신경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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