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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Oct 02. 2016

『살인해드립니다』 - 로런스 블록

279, 2016년 122번째 책 

p43
"그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내를 죽이기 위해 말을 타고 천 킬로미터를 달렸다."



미국에서 1988년에 출간된 신사적인 살인청부업자 '켈러'가 등장하는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입니다. 켈러의 알파벳은 Keller, Killer와 모음 하나가 다릅니다. 


책 전반부까지 1988년이라는 시대 배경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읽었더니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더랍니다. 요즘엔 흔해진 모바일 환경이나 cctv같은 감시체계 말이죠. 


소설배경과의 시대적 괴리, 켈러라는 인물과의 감정적 거리는 서너편 정도 지나니 좁혀졌습니다. 처음엔 이 책의 평점이 9점대라는 사실이 약간 의아했거든요. 고비(?)를 넘기니 책은 술술 읽혔습니다.





켈러처럼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인으로 돈을 벌며 살고싶은건 아니구요 ㅎㅎ

독신에 뉴욕 한복판의 깔끔한 아파트, 
중년에 접어든 나이인데 은퇴할 만한 재정적 여유가 있고, 
독자적인 일을 하는 
적당한 매력이 있는 사람. 


p278
이 모텔에서 네 번째 밤을 보냈는데 아직도 뚱뚱한 남자를 죽일 좋은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분명히 방법은 있었다. 언제나 방법은 있었다. 그러나 아직 알아내지 못했다.



아홉번째 단편인 <켈러의 마지막 피난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살해한 변호사를 자살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이라던지, 
애국심이라는 도피의식, 마지막 결말까지 말이죠.



켈러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건조한 낭만도 매력적이었지만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낯선 
모르는 게 약이던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낭만도 끄집어 내서 느낄 수 있었던 책입니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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