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번째 책 『심연』 -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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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뿡빵삥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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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가 춤을 추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대는 핑계와는 달랐다. 그가 춤을 추지 않는 이유는 아내가 춤추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많은 괜찮은 소설들은 나선으로 읽혀 들어간다는 것이 소설에 관한 제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그렇게 나선으로 회오리치며 들어가서 끝까지 읽었을 때 마주하는 하나의 점에서 벌어지는 온갖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카타르시스.



이 책도 나선으로 들어갑니다. 주인공인 남편 빅터와 한없이 쉽게 바람을 즐기는 아내 멜린다의 관계. 그리고 하나씩 일어나는 살인사건과 살인 후에도 무척이나 담담하게 흘러가는 빅터의 내면. 평화롭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중산층 동네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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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과연 빅터만 사이코패스였는지 의아할 정도로 멜린다는 또 다른 사이코패스적인 바람을 피웁니다. 그리고 끝까지 궁금했던 멜린다 바람의 원인. 빅터를 멀리하는 원인. 멜린다와 빅터는 왜 멀어졌을까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냥 9년간 함께 한 부부의 권태였을지...


빅터의 지나치게 합리적인 생각, 딸인 트릭시에게 엄마를 남겨주고 인정받는 출판사의 사장이라는 평판에 나름 멀쩡한 가족의 형상을 유지해서 균형을 맞추고 조화를 이루려는 강박. 그런 생각이 멜린다의 바람을 합리화했고 멜린다는 그런 합리화에 조금씩 젖어들어 자신의 부정을 자연스럽게 즐겼겠죠. 옳고 그름이 흩어져버린 부부관계는 결국 다시 불러모을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러 파국을 맞이한게 아닐까 합니다.





나선으로 들어가지만 저의 상상력이나 독자로서의 역량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한 점으로 모이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 혹은 사이코패스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서 너무 담백했거나, 저도 모르게 단지 '고전'으로 치부하고 있는걸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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