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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y 18. 2017

사회는 결국 진보한다

399 기간제 교사와 비정규직, 성소수자

200년 전에 노예 해방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 전에 여자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 넣었습니다.


50년 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 장하준






사회는 발전한다. 
그건 경제성장이나 기술발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성숙, 의식의 발전과 확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의식의 확장과 발전이 경제나 기술의 발전보다 더욱 의미있고 가치있는 진보의 토대를 구성한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르네상스와 진화론이라는 의식의 변화는 새로운 경제사회와 기술혁신이 자라나는 토양이 되었다.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덕분에, 새로운 토양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과실이 열릴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기억하고 외우던 장하준 교수의 메모가 다시 생각난 것은 언제나 종종 그렇듯이 한푼이라도 싸게 책을 사기 위해 교보문고를 방황하던 중에 발견한 이미지 때문이다.


로맨스, 판타지, 무협, 코믹스 옆에 있는 BL은 Boys Love의 약자로 대체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동성애 물을 의미한다. 

지금은 없어진 우리 동네 책 대여점에는 빨간 테두리를 한 책장 두어개가 카운터 옆에 붙어 있었다. 호기심에 한두권 빼서 봤더니 BL 만화책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가지에 놀랐는데
01 이런 게 진짜 있구나
02 이런 걸 제대로(?) 만들어서 팔고 빌려주는구나
03 이런 걸 빌려보는 사람이 있구나 -
 빌려보는 사람이 있으니 비치해놨을테니 말이다.

대형서점에서 처음 발견한 곳은 영풍문고였고, 
이제는 인터넷 교보문고의 정식 마케팅의 전면에서 발견했다.





성소수자라는 소재는 아직도 사회의 진보에 관한 가장 큰 이슈다.
하지만 사회의 반감이 큰 이유로 논의의 장이 열리기만 하면 장외까지 불꽃이 튀는데 이는 대선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동성결혼이 미국에서까지 합법화된 이후로 더욱 시끌시끌한 사안이 되었다.






바로 며칠 전에 미국 인기 시트콤인 <빅뱅 이론>의 주인공이자 
$1m/회  출연료로 유명한 짐 파슨스가 자신의 남자 파트너와 결혼했다.
힐러리와 트럼프의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미국 CNN의 간판 앵커이자 기자인 앤더슨 쿠퍼는 오래전에 커밍아웃했다.





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성소수자 인권 운동은 
동성결혼에 이르기까지의 미국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투쟁운동의 깊이와 치열함을 무시한 채 겉핥기만 하고 있다.  

이 점에 관해서는 미국 ABC 방송에서 방영했던 8부작 드라마인 <When We Rise>에서 잘 다루고 있다. 1969년 스톤월 시위를 시작으로 동성애자 시의원이었던 하비 밀크 암살, 호모포비아들의 테러, 에이즈 위협, 반동성애 입법 반대 운동을 다루고는 미국의 동성결혼 합법화까지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공중파 ABC에서 방영했고, 구스 반 산트 연출, 가이 피어스, 우피 골드버그, 매리 루이스 파커, 캐리 프레스턴 등이 출연했다. 제작과 각본은 오스카 수상자인 더스틴






미국의 인권이 동성결혼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이러한데 서울 시청광장에서 청소년관람불가 수준의 엉덩이 까기와 노출, 성인용품 판매와 홍보, 성애가 주를 이루는 행사를 하는 것은 사실 자폭과 자멸에 가깝다. 

미국의 개방과 진보가 지렛대라는 제한된 역할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임승차의 의도가 다분하다. 물론 반대를 넘는 혐오와 샤머니즘과 기독교를 구분하지 못하는 종교단체의 지리멸렬, 존중은 하되 같은 권리는 반대한다는 자아분열 수준의 돌연변이 논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는 하다.




대처 시절 각박해진 노동인권과 더불어 
성소수자 인권이 동반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영국에서는 광산 노동자들을 위해 성소수자들이 연대를 했었고, 
이는 <런던 프라이드, Pride>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앞서 얘기한 미국에선 여성 인권운동과 성소수자운동이 결합했다.
약자들의 권리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은 시간은 물론 연대가 필요하다. 
엉덩이 까기와 노출 퍼레이드가 아니라.


이야기가 좀 튀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스승의 날에 세월호 선생님이 
빼앗길 뻔 했던 권리와 명예를 회복시켜줬다. 
이는 하나의 시발점이다.

교사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
얻어야 할 권리를 차별없이 인정해준 것이다.

정규직은 1등 시민, 
비정규직은 2등 시민이라는 계급주의를 폭파하는 
돌파였다.




사회의 진보는 여기에 의의가 있다.
계급사회의 찌꺼기같은 잔여 계급을 하나씩 끊어내는 것이다.
계급 사이의 차이는 
하나의 인격, 존재 앞에서 
사실 무의미하며 차이없음을 선언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근간 또한 여기에 있다.
1인 1표, 인권


아무런 차이 없음을 헌법에 기입했음에도
우리 사회에 필요악이라며 조작해 놓은
수많은 계급과 지배 이데올로기,
가장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이이라며
옭아매어 놓은 수많은 기준과 편견







대형서점의 BL 상품 마케팅은 또 다른 차이없음을 방증한다. 
물론 돈이 되면 파는 것이라고 자본주의의 원리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특정 성향의 제품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전보다 
옅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10년 전에 이런 류가 대형서점에서 가능했었는지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장하준 교수의 메모는 누군가 덧칠로 가려놓은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지속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덧칠을 서서히 지워가는 것이다.


자신들의 편견과 이익과 망상을 위해서 덮어 놓은 
위선의 가면과 자신들도 지키지 못하는 논리와 윤리의 얼개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관한 자본주의 원리는
오히려 상류층에 보다 엄격하게 적영되야 하는데도
그 칼날은 약자에게 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은 코메디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왜 자본주의가 위태로워지지?

불안정한 직업환경과 근무자의 불안은 자본주의의 튼튼한 기둥인가?
같은 일을 하고 2/3밖에 안되는 급여는 상식적인가?

정규직이 되면 기업은 물론 나라가 망한다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사회는 건강하고 옳은 것인가?

교사로서 참여한 수학여행에서 세상을 떠났는데
순직이 아니면 가짜 교사라서 개죽음 당한 것인가?
그리고
동성애자들의 결혼이 왜 이성애자들의 권리를 파괴하는거지?
성소수자들을 싫어한다는 말이 왜 자신들의 권리지?

여자가 싫어
남자가 싫어와
성소수자들이 싫어 라는 표현이 다르지 않음을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들을 존중하지만 싫어할 권리는 정당한 것이라 말한다. 혹시 성소수자들에게서 혐오범죄라도 당한 사람이라면 이보다 더한 가치관도 인정할텐데 단지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집단을 싫어할 권리를 정당화한다. 피해를 주지 않는 집단을 공공의 혐오대상으로 당연시하는 고고한 정의 되시겠다.


이러한 무가치한 정신세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정교사와 기간제교사
이성애자와 성소수자가 각기 
1등 시민 - 2등 시민 
유능함과 무능함
정상과 비정상
깨끗함과 더러움으로 대비된다는 
확신이 없어서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식민지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것 같다.

이런 비정상을 확신하는
비정상적인 계급적 인지 구조는
20세기 초의 한반도를 떠올리게 한다.

내지인이라는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차별했던
그 구조가 사회 곳곳에서 무수하게 반복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진보의 지점에서 
잔재이자 폐습인 계급의식을 청산해야 할 때가 되었다.

물론 108계단을 한걸음에 오를 수 없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땅히 올라야 하는 그 계단을
한 걸음만 올라가도
숨이 차서 죽어버릴 거라는 궤변은 정도껏 하자.




우릴 질식하게 만드는 것은 
장막을 뚫고 나가는 걸음이 아니라
폐쇄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파이를 뺏어먹기만 하는
뚱돼지의 암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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