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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1『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민음사

⭐⭐⭐⭐
1권 p234
정의는 부분들의 균형, 어떤 과잉에 의해서도 위태롭게 되지 말아야 할, 부분들 상호간의 조화로운 비율들의 전제였다.

역작이라 칭하지 않을 수 없는 #콜린매컬로 의 #마스터스오브로마 시리즈를 보면 당시 로마 황제에 이르기 위해 벌어지는 재능과 암투의 치열한 전투를 실감나게 볼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전투와 전쟁의 승리자였던 하드리아누스의 내면을 섬세하고 명징하게... 그리고 압도하는 균형의 아름다움으로 보여주고 있다.

2권 p229
나는 지금까지의 삶에서 한 것과 똑같은 일들을, 똑같은 과오들까지도, 다시 하고 다시 범할 것이다. 똑같은 올림포스 산과 똑같은 지옥에 드나들 것이다.

그러한 황제의 내면의 균형을 흔드는 동성연인 안티노우스의 등장과 죽음은, 당대의 초인으로 꼽히는 황제인 그마저도 결코 도망칠 수 없는 인간의 멍에를 지고 가는 한 사람임을 보여준다.

하드리아누스 한 명의 목소리로 끝까지 밀고 가는 우직함, 작가의 수명을 짜낸 고뇌의 흔적들, 정적을 끊어내는 냉철함, 그리고 연인을 잃고 흔들리는 한 인간의 떨림까지.

2권 p235 - 조그만 나의 영혼, 방황하는 어여쁜 영혼이여. 육체를 맞아들인 주인이며 반려인 그대여, 그대 이제 그곳으로 떠나는구나. 창백하고 거칠고 황폐한 그곳으로, 늘 하던 농담, 장난은 이제 못하리. 한순간 더 우리 함께 낯익은 강변들과, 아마도 우리가 이젠 다시 보지 못할 사물들을 둘러보자..... 두 눈을 뜬 채 죽음 속으로 들어가도록 노력하자..... 

하드리아누스의 실제 시편으로 소설을 마무리하는 지점은 그 자신의 삶과 연인인 안티노우스, 그리고 회상록을 읽게 될 세손이자 독자들 모두에게 들려주는 조언이자 길 위에서 건네는 손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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