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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20 『한 문장』 - 김언

『한 문장』 - 김언, 문학과지성사

⭐⭐⭐⭐

한 문장              

저자 김언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8.01.08.



여기저기서 읽는 사람마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시집이라서 읽게 됐는데, 좋은 시집이 주는 강력한 메세지를 여기서도 들을 수 있었다 - '시는 시인이 쓰는 것'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단어 위로 수차례 수십차례 반복해서 걷는다. 그렇게 단어 위를 오가며 남겨진 수십개의 발자국들이 단어에 새로운 질감을 부여한다.

익숙한 단어에서 새로운 의미, 혹은 일상적인 의미에 가려진 변방의 서사가 나타나면서 하나하나의 시가 완성된다.

물론 시인 스스로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단어(대체로 제목에서 지칭하는)를 비틀고 탐구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적인 시인의 의무와 책임도 수행하고 있다.

시집의 첫 시인 <지금>은 단어 하나하나, 시어 하나하나에 천착하고 탐구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다. 시인의 싯구처럼 시집의 시를 쓰기 위해 '문을 열리고 닫히기를 몇 번이고 거듭하는' 일을 반복한다.

시어와 시어의 주변을 반복해서 걷고, 의미의 문을 열고 닫기를 거듭해서 한 문장 한 문장이 시인만의 시로 태어나고 있다.

p19 <내 생각>
내 귀는 그 말을 삼키려고 아직도 열려 있고 떨고 있다. 어떤 말이 와서 쾅 하고 닫힐 때까지.

p31 <내가 없다면>
비와 함께 내리는 비의 전부를 받아쓸 수 없는 단 한 사람의 손이자 모든 사람의 기록으로 비가 온다. 눈이 내린다. 그럼 누가 있겠는가.

p91 <한 문장> 
얼마나 많은 말이 필요할까?
이런 것들을 덮기 위해서
덮은 것들을 또 덮기 위해서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도
그 물에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도 한 문장이다.


#한문장 #김언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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