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 김언,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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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저자 김언
출판 문학과지성사
발매 2018.01.08.
여기저기서 읽는 사람마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시집이라서 읽게 됐는데, 좋은 시집이 주는 강력한 메세지를 여기서도 들을 수 있었다 - '시는 시인이 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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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단어 위로 수차례 수십차례 반복해서 걷는다. 그렇게 단어 위를 오가며 남겨진 수십개의 발자국들이 단어에 새로운 질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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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단어에서 새로운 의미, 혹은 일상적인 의미에 가려진 변방의 서사가 나타나면서 하나하나의 시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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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인 스스로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단어(대체로 제목에서 지칭하는)를 비틀고 탐구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전통적인 시인의 의무와 책임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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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의 첫 시인 <지금>은 단어 하나하나, 시어 하나하나에 천착하고 탐구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줬다. 시인의 싯구처럼 시집의 시를 쓰기 위해 '문을 열리고 닫히기를 몇 번이고 거듭하는' 일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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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와 시어의 주변을 반복해서 걷고, 의미의 문을 열고 닫기를 거듭해서 한 문장 한 문장이 시인만의 시로 태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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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 <내 생각>
내 귀는 그 말을 삼키려고 아직도 열려 있고 떨고 있다. 어떤 말이 와서 쾅 하고 닫힐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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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 <내가 없다면>
비와 함께 내리는 비의 전부를 받아쓸 수 없는 단 한 사람의 손이자 모든 사람의 기록으로 비가 온다. 눈이 내린다. 그럼 누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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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1 <한 문장>
얼마나 많은 말이 필요할까?
이런 것들을 덮기 위해서
덮은 것들을 또 덮기 위해서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도
그 물에 손을 씻고 나오는 사람도 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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