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터리츠』 - W. G. 제발트,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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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스터리츠
저자 W.G. 제발트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09.03.20.
p154
결국 나는 모국어가 사라지는 것과 주의를 기울이면 매번 놀리서 중단되고 침묵하는, 한 동안 내 안에 갇힌 그 뭔가가 긁거나 두드리는 소리가 한 달 한 달 점차 잠잠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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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7
내 발 밑에서 이 길을 걸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생각해 내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비되었다가 이제야 다시 깨어나는 감각들을 통해 내게 기억이 열리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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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나치의 위협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아우스터리츠는 네살 반의 나이에 프라하에서 영국으로 가는 아동 피난 기차에 오르고 일라이어스 목사에게 입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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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를 전공한 그는 자신의 과거를 뒤쫓는데, 마치 의식의 흐름같고 독백같은 길고 긴 이야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과거와 기억에 관한 그의 절박함, 때로는 끈질기고 집요한 의지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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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 닿기까지 거쳐간 여러 공간들에서 본능적으로 기억을 되살리고, 지인들의 증언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파편들이 모이지만 하나의 그림으로서의 기억은 생동하는 천연색의 화면이 아닌 지층을 이루는 흑백의 화석들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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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장은 여섯 쪽을 지날 때까지 하나의 마침표만을 갖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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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길게 이어진 문장이 보여주는 기억, 과거, 역사와의 연속성, 자연과 건축물을 아우르며 기록되는 기억 속 사건들은 단지 한 개인이 아닌 집단의 기억과 사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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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아우쇼비츠 샘물, 바우쇼비츠 분지, 아우스터리츠라는 이름까지 책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우슈비츠에 관한 연상은 계속해서 세계적 기억을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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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기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숙제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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