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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30 『아우스터리츠』 - W. G. 제발트

『아우스터리츠』 - W. G. 제발트, 을유문화사

⭐⭐⭐⭐

아우스터리츠              

저자 W.G. 제발트

출판 을유문화사

발매 2009.03.20.



p154
결국 나는 모국어가 사라지는 것과 주의를 기울이면 매번 놀리서 중단되고 침묵하는, 한 동안 내 안에 갇힌 그 뭔가가 긁거나 두드리는 소리가 한 달 한 달 점차 잠잠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p167
내 발 밑에서 이 길을 걸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생각해 내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마비되었다가 이제야 다시 깨어나는 감각들을 통해 내게 기억이 열리는 것 같았어요.

1939년 나치의 위협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때, 아우스터리츠는 네살 반의 나이에 프라하에서 영국으로 가는 아동 피난 기차에 오르고 일라이어스 목사에게 입양된다.

건축사를 전공한 그는 자신의 과거를 뒤쫓는데, 마치 의식의 흐름같고 독백같은 길고 긴 이야기는 파편처럼 흩어진 과거와 기억에 관한 그의 절박함, 때로는 끈질기고 집요한 의지로도 읽힌다.

프라하에 닿기까지 거쳐간 여러 공간들에서 본능적으로 기억을 되살리고, 지인들의 증언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파편들이 모이지만 하나의 그림으로서의 기억은 생동하는 천연색의 화면이 아닌 지층을 이루는 흑백의 화석들로 완성된다.

어떤 문장은 여섯 쪽을 지날 때까지 하나의 마침표만을 갖는데,

긴 호흡으로 길게 이어진 문장이 보여주는 기억, 과거, 역사와의 연속성, 자연과 건축물을 아우르며 기록되는 기억 속 사건들은 단지 한 개인이 아닌 집단의 기억과 사건을 드러낸다. 

특히 아우쇼비츠 샘물, 바우쇼비츠 분지, 아우스터리츠라는 이름까지 책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아우슈비츠에 관한 연상은 계속해서 세계적 기억을 자극했다.

이제 이 기억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관한 숙제는 이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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