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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33 『땅의 혜택』 - 크누트 함순

『땅의 혜택』 - 크누트 함순, 문학동네

⭐⭐⭐⭐

땅의 혜택              

저자 크누트 함순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5.06.30.



p9
그가 오기 전에는 길이 없었다.

'노르웨이 문학의 혼'이라 불렸지만 2차 대전 종전 후 히틀러와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스스로 자폭해버린 크누트 함순의 대표작이다.

초역이지만 영문판 중역으로 노르웨이의 미신(임신 중 토끼를 보면 장애아를 낳는다거나... )이나 지명에 대한 지문이 빈약한 인상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도 높고 황무지를 개간하는, 자연을 벗 삼아 땀 흘려 일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기독교적 보수성이 드러나는 가족관이나 성역할, 상업이나 광업보다 농업, 임업의 가치를 월등히 평가하는 작가의 관점이 적나라하기도 하지만, 그 적나라함이 불편하기 보다는 '전원일기'같고, 낙원에서 추방당하고선 땀 흘려 일해야 하는 인간의 숙명 같다.

이사크가 등장하는 서두는 창세기의 아담의 등장과도 같고, 적당한 순간 그를 찾아온 아내 잉에르는 하와를 닮았다. 

이사크와 잉에르, 이 부부가 일구기 시작한 황무지에 열 집이 들어서고 네 남매가 자라나며 손이 곱고 셈에 능한 첫째 아들 엘레세우스는 허황된 꿈을 찾아 결국 미국으로 떠나고 땅을 일구는 둘째 시베르트의 결혼을 암시하는 데 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기독교적 보수성에 따라 딸 보다는 아들들, 사교적인 아내 보다는 집안일에 충실한 아내가 중심적으로 그려진다.

이런 불균형이 아쉽지만... 
책에서 두번 등장하는 영아살해에 대해서 첫번째인 잉에르는 8년형을, 두번째인 바르브로는 무죄로 상이한 결과를 그려내면서 남녀 모두의 책임을 시사하는 변화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수성이 단지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게다가 1917년 소설이니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이 감안해야 하지 않을까... #나쓰메소세끼 도 부인에게 만큼은 개세키였으니... 

역자는 두번째 건의 무죄를 끌어낸 재판 중 행정관 아내의 옹호를 풍자라고 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아살해의 죄악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보다 강력하게 지적하고자 설치한 지렛대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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