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문학동네
⭐⭐⭐⭐
롤리타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3.03.04.
머리말에서부터 독자를 희롱한다. 외설적인 단어가 없다고 못을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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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사실 이 작품을 통틀어 외설적인 단어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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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6
롤리타, 롤리타, 롤리타, 롤리타, 롤리타, 롤리타, 롤리타, 롤리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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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2
그 점잖고 몽롱한 공간은 범죄의 온상이 아니라 시인의 영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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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8
그녀의 아름다운 황갈색 육체와 갓난아기 살처럼 옴폭 접힌 뱃살에 수은처럼 고인 물방울을 꿈꾸며 몸부림을 쳤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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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34
롤리타. 식사도 신경 좀 써야겠더라. 허벅지 둘레는 17.5인치를 넘으면 안된다고 했잖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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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79
내 아이도 그가 훔쳐본다는 걸 알아채고는 그 음란한 시선을 즐기면서 짐짓 더 신나게 뛰논다는 것도 알았다. 천박하고 사랑스러운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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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성애자의 판타지에 관한 소설이지만 나보코프는 주인공이 3인칭 관점으로 자신을 이야기하는 시점을 더해서 험버트가 외부로부터 느끼는 죄책감과 불안을 전달한다(사실 미친 얘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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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아름다우면서 추하고 음란하면서도 순수하다고 얘기하는데, 작가는 최고급 비단으로 포장한 내용물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 직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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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아름다움을 찾지 못하겠다는 혹평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굳이 왜 아름다움을 찾는지 모르겠으나 더럽고 하찮은데서 성스러움을 발견하고 가장 부유하고 높은 성에서 가장 추악한 것을 발견하는 일이 문학에선 어렵지도 않거니와 극한의 언어유희 속에서 가장 불편한 시선을 느끼는 것도 그런 아이러니의 한가지 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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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성애라는 범죄적 소재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한 욕망의 줄다리기는 독서의 긴장을 극대화 시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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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나 자신을 검열하며 느끼는 내부의 긴장감, 이 책을 읽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괜히 의식하게 되는 외부의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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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안팎의 긴장감이 마치 험버트가 오가는 1, 3인칭 관점을 실감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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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며 떠오른 독특한 감상 하나를 더하자면... 50, 60년대 북한의 작가가 남한으로 귀화해서 요런 소설을 발표하면 바로 빨갱이로 몰릴텐데, 아마 이런 식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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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고 추한 변태 빨갱이 간첩이 귀화한 척 음란하고 패륜적인 포르노로 동방예의지국 남한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간악한 적화 공작' 그리고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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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롤리타 뿐 아니라 험버트를 다양한 호칭(이름, 성, 애칭, 더 친근한 애칭, 개인적 애칭)으로 부르는 것은 러시아 소설의 특징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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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소설인 동시에 러시아 소설로 보이는 지점이었는데, 모텔을 방황하는 두 사람은 전 세계를 방황한, 심지어 이 소설의 성공 후엔 미국을 떠났던 나보코프의 자전적 여정을 보는 듯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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