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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이 Mar 25. 2018

56 『땅의 예찬』 - 한병철

『땅의 예찬』 - 한병철, 김영사

⭐⭐⭐⭐

땅의 예찬              

저자 한병철

출판 김영사

발매 2018.03.09.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수필집으로 한 겨울부터 시작한 정원 가꾸기를 통해 발견하는 자연에의 겸손과 그동안 그가 발표해 온 저작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은 한병철 자기 철학의 실천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철학의 대상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p25
인식은 나의 벌이가 아니요, 나의 벌이는 더욱 아니며, 나의 구원도 아니고 타자의 구원이다. 인식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눈길, 사랑 담은 인식이 존재결핍에서 꽃을 구원한다. 그러므로 정원은 구원의 장소다.

개인적으로 서두의 이 문장에서만도 #시간의향기 #아름다움의구원 #에로스의종말 #타자의추방 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작년 교보 강연 사건(?)이 무색할 정도의 자연에 대한 지극한 겸손. 글을 쓰고 사유하는 책상에서 내려와 땅에 귀와 입과 코를 맞댄 근원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껏 겸허하게 땅을 예찬한다.

p120
나는 심지어 빛나는 땅바닥에도 키스를 하고 싶었다.

더불어 한병철 특유의 아포리즘 문장들이 그가 이때껏 주장하고 강의해 온 그의 철학, 시간과 거리의 공간과 머무름의 의미를 쫓는다. 나열되고 있는 아포리즘(경구, 격언, 잠언)은 그의 이전 저작들의 누적에서 더욱 깊은 진의를 나타낸다.

p23
정원의 시간은 타자의 시간이다.

p39
나는 밤의 인간. 날카로운 빛을 피한다.

p88
민달팽이는 너무 벌거벗었고, 너무 집이 없다. 그런데도 놈들에게 어떤 동정심도 느끼지 못한다. 놈들은 너무 속이 들여다보인다.

한국어마저 버리고 독일철학으로 언어마저 귀화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몇 차례했었는데 (재작년 강연에 갔다가 '재수없으셔...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좀 그렇고 그랬는데요...) 한국산 (들)깻잎이나 옥잠화 등의 이야기를 읽으며, 본능적인 향수는 그도 통제할 수 없는 땅의 의지, 근원에 대한 자연적인 겸손으로 그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엔 재작년보다 뭔가 더 심했던것 같지만... 이 책은 그런 이슈를 흘러가게 할 정도로 한병철 철학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해설서인 동시에 편안하고 순수하게 땅을 노래하는 시적 산문이었다.

(뭐... 긍데 수강자에 대한 겸손은 아닌거 같구요 � 철학자의 그... 예민하기가 오리털 한가닥과도 같으신 ㅋㅋ 사실 전 지나고 나니 웃게 되는 그날그날 다르신 기복... - 사실 방한의 주목적이 부모님 병문안이니 저자의 스트레스도 생각합니다)

p.s. - 수필집인데도 인문 코너에 진열되어 있어서 한참 찾았는데, 우리나라의 sns 소비적 에세이의 범람과 서점 에세이의 퇴보적 포지셔닝에 씁쓸해졌다. #개인주의자선언 도 인문이 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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