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예찬』 - 한병철,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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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예찬
저자 한병철
출판 김영사
발매 2018.03.09.
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수필집으로 한 겨울부터 시작한 정원 가꾸기를 통해 발견하는 자연에의 겸손과 그동안 그가 발표해 온 저작의 질감이 그대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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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병철 자기 철학의 실천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철학의 대상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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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5
인식은 나의 벌이가 아니요, 나의 벌이는 더욱 아니며, 나의 구원도 아니고 타자의 구원이다. 인식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눈길, 사랑 담은 인식이 존재결핍에서 꽃을 구원한다. 그러므로 정원은 구원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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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서두의 이 문장에서만도 #시간의향기 #아름다움의구원 #에로스의종말 #타자의추방 의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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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교보 강연 사건(?)이 무색할 정도의 자연에 대한 지극한 겸손. 글을 쓰고 사유하는 책상에서 내려와 땅에 귀와 입과 코를 맞댄 근원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껏 겸허하게 땅을 예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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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0
나는 심지어 빛나는 땅바닥에도 키스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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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한병철 특유의 아포리즘 문장들이 그가 이때껏 주장하고 강의해 온 그의 철학, 시간과 거리의 공간과 머무름의 의미를 쫓는다. 나열되고 있는 아포리즘(경구, 격언, 잠언)은 그의 이전 저작들의 누적에서 더욱 깊은 진의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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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정원의 시간은 타자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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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나는 밤의 인간. 날카로운 빛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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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8
민달팽이는 너무 벌거벗었고, 너무 집이 없다. 그런데도 놈들에게 어떤 동정심도 느끼지 못한다. 놈들은 너무 속이 들여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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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마저 버리고 독일철학으로 언어마저 귀화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몇 차례했었는데 (재작년 강연에 갔다가 '재수없으셔... 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좀 그렇고 그랬는데요...) 한국산 (들)깻잎이나 옥잠화 등의 이야기를 읽으며, 본능적인 향수는 그도 통제할 수 없는 땅의 의지, 근원에 대한 자연적인 겸손으로 그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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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재작년보다 뭔가 더 심했던것 같지만... 이 책은 그런 이슈를 흘러가게 할 정도로 한병철 철학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해설서인 동시에 편안하고 순수하게 땅을 노래하는 시적 산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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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긍데 수강자에 대한 겸손은 아닌거 같구요 철학자의 그... 예민하기가 오리털 한가닥과도 같으신 ㅋㅋ 사실 전 지나고 나니 웃게 되는 그날그날 다르신 기복... - 사실 방한의 주목적이 부모님 병문안이니 저자의 스트레스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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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수필집인데도 인문 코너에 진열되어 있어서 한참 찾았는데, 우리나라의 sns 소비적 에세이의 범람과 서점 에세이의 퇴보적 포지셔닝에 씁쓸해졌다. #개인주의자선언 도 인문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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